로커 변신 메릴 스트립, 친딸과 연기호흡… 그 엄마에 그 딸

입력 2015-08-28 02:45
영화 ‘어바웃 리키’에서 로커로 변신한 배우 메릴 스트립이 무대에 올라 연주와 노래 솜씨를 자랑하는 장면. UPI 제공
영화에서 모녀로 출연하는 스트립(오른쪽)과 친딸 마미 검머. UPI 제공
여우조연 및 주연상 후보에 19차례 오르고 8차례 상을 거머쥔 ‘아카데미의 여왕’ 메릴 스트립(66)이 로커로 변신했다. 9월 3일 국내 개봉되는 영화 ‘어바웃 리키’에서 ‘더 플래시’라는 록 밴드를 결성하고 무대에 올라 직접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가족도 내버리고 음악에 빠져 사는 리키(메릴 스트립)는 어느 날 딸 줄리(마미 검머)가 파혼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고심 끝에 20년 만에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오랜 세월 동안 쌓였던 가족 간의 갈등과 이해의 과정을 음악과 함께 경쾌하게 그려냈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에서 가창력을 발휘한 스트립은 이번에도 연주 솜씨와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한때 오페라 가수를 꿈꾸기도 했던 그는 기타를 배우기 위해 촬영 수개월 전부터 특별훈련에 들어갔다. 어쿠스틱 기타를 먼저 배우고 전자 기타로 갈아타 매일같이 연습에 몰두했다.

밴드와 함께 ‘Let’s Work Together’(함께 일해요)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퍼포먼스 장면은 예행연습도 없이 단숨에 촬영을 끝냈다고. 조너선 드미 감독은 “스트립이 멋진 기타 연주가가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엄청난 노력파이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스트립은 열정적인 로커를 연기하면서도 아내와 엄마로서의 고민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음악이 좋아 집을 떠났다가 가죽바지에 기타가방을 들고 불쑥 찾아온 그를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서운함과 그리움의 복잡한 감정표현은 38년 차의 베테랑 배우에겐 식은 죽 먹기다.

딸 줄리 역을 맡은 마미 검머(32)는 스트립의 친딸이다. 스트립은 ‘소피의 선택’(1982) 촬영 때 딸을 임신 중이었으며, ‘제2의 연인’(1986)에서는 어린 검머가 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배우생활을 본격 시작한 검머가 엄마와 함께 출연한 첫 작품이다. 모녀는 닮은 외모만큼이나 완벽한 연기호흡을 과시한다.

전 남편 피트 역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렌치 키스’의 케빈 클라인이, 록 밴드 ‘더 플래시’의 멤버 그렉 역은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록보컬리스트상을 수상한 로커 겸 배우 릭 스프링필드가 맡았다.

리키는 가족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음악을 향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스트립이 미국 인디음악계의 전설 제니 루이스와 조너선 라이스가 작곡한 ‘Cold One’(차가운 맥주 한 잔)을 어쿠스틱 버전의 연주와 노래로 들려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15세 관람가. 101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