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는 안개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8월인데도 천지를 휘감는 바람은 쌀쌀하기 그지없었고 곳곳엔 눈발까지 휘날렸다. 26일 오전 천지를 찾은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교회 목회자 33명. 이들이 이곳을 찾은 건 ‘광복 70년, 백두산 통일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사랑재단(이사장 이승영 새벽교회 목사)이 주최한 기도회는 목회자들의 찬양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찬송가 582장(통 261) ‘어둔 밤 마음에 잠겨’를 합창했다. 한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노래였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꾼을 부른다 하늘 씨앗이 되어 역사의 생명을 이어가리….’
찬양이 끝난 뒤에는 유병근(전주완산교회) 목사의 기도가 이어졌다. 유 목사는 “통일이 이뤄지려면 우리들 스스로 통일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성공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주님 앞에 회개할 때 평화와 통일을 향한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영 목사는 참가자들과 함께 마태복음 18장 19∼20절을 봉독한 뒤 ‘기도의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나라를 사랑하는 목회자들과 백두산에 와서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면서 기도회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주님의 이름으로 진심을 다해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은 반드시 응답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며 “우리는 통일을 기도하기 위해 백두산에 왔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가 드리는 기도에 주님은 분명히 화답하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4일 중국으로 출국한 기도회 참가자들은 한민족의 정신이 서려 있는 중국 대륙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들은 선양을 시작으로 단둥 지안 백두산 룽징 옌지 등지를 차례로 방문했다. 27일까지 중국에서 3박4일간 차량을 타고 이동한 거리만 2000㎞에 달한다. 참가자들은 광개토대왕비나 발해 유적지, 윤동주 시인 생가 등을 차례로 방문해 한민족의 흔적을 더듬었다. 특히 방문 첫날인 24일에는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압록강 철교를 찾아 분단의 아픔을 되새겼다.
김대경(화성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5년 전부터 교회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북한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면서 “백두산에 와서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내내 큰 슬픔을 느꼈다.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꼭 응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동환(서울 영동교회) 목사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은 해에 민족 통일의 염원을 담는 행사가 열린다고 해 기꺼운 마음으로 동참했다”면서 “한민족의 희망찬 역사를 기원하는 일에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이 동참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사를 연 국제사랑재단은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4∼17)는 말씀을 바탕으로 2004년 10월 설립됐다. 그동안 북한 선교에 매진했으며 러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지에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다. 기도회에 참가한 목회자들은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백두산=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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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산에서 통일 향한 거룩한 역사를 시작하소서”… 광복 70년, 백두산 통일 기도회
입력 2015-08-2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