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힘들 때는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다.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대화가 어려워진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바로 ‘상식 불통’에 있었다.
최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이후 우리 측의 대북방송 재개, 북한의 포격 도발, 우리 측의 대응포격이 이어졌다. 한반도 전체에 군사적 무력충돌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극적인 합의를 보게 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평화통일이다. 남북이 서로를 겨눈 총부리를 내려놓고, 다시금 하나 된 나라와 민족을 회복하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꿈꾸고 있다. 정부는 이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인내하며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녀들을 ‘사브라’라고 부른다. 사브라는 선인장 꽃의 열매 이름이다. 선인장은 생명이 살기 어려운 악조건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사막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참고 인내한다. 지정학적으로 이스라엘이 처해 있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오래 참고 인내해야만 한다. 유대인들이 자녀를 사브라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려서부터 대가 없는 성공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심는 대로 거두는 인생의 법칙을 가르치는 유대인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브라의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통일을 이루려면 대가 지불을 각오해야 한다. 더 많이 참고 인내하며 저들의 비상식을 참아내야 한다. 그리고 멈추지 않고 대화와 교류를 한다면 어느 날 꿈에도 소원인 통일의 꽃이 피고, 그 열매를 먹게 될 것이다.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100년만의 대가뭄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만연하다. 목함지뢰 사건도 위기 타개를 위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북측은 대화의 장으로 나왔고, 남북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같은 폭넓은 의제까지 다룰 정도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들과의 힘들고 어려운 대화와 교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짜증나는 일일지라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사브라로 불리는 것을 마땅히 여겨야 한다.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대북 민간지원과 북·중 접경 및 러시아 지역에서 대북선교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당장 그들을 먹이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열린 문을 통해 중국으로 러시아로 나오고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복음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한반도 통일의 역사를 이루실 것을 믿고 기도해야 한다.
독일통일의 주역이었던 에곤 바(Egon Bahr)가 준 “통일은 항상 생각하되 통일을 말하지 말라”고 한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말보다 하나님을 찾아야 할 때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사명을 멈추지 않는 한국교회가 돼야 한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
[시온의 소리-이창교] 통일염원과 사브라의 교훈
입력 2015-08-28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