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김재중] 한강이 살아 숨쉬게 하라

입력 2015-08-28 00:30

올해는 한강과 친숙해진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한강캠핑장에서 가족과 1박2일 야영을 하고, 한강 한바퀴 자전거 달리기에도 참가해 평소 느끼지 못했던 한강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한강은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그 소중함과 가치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의 대표적 여름 축제인 ‘한강몽땅축제’에 올해 11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한강이 가진 잠재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떻게 가꾸고 보존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24일 한강의 자연성 회복 및 관광 자원화 추진 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더 늦기 전에 한강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으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관심이 많고, 정부는 관광 자원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 이견이 노출될 수 있지만 대전제는 한강이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너무 인위적으로 한강 유휴부지에 건축물을 짓는 데 치중하지 말고 한강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되살리면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한강이라는 공적 공간이 사기업의 영업장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교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여의도에는 요트마리나 선착장이 만들어지고, 특혜 시비가 일었던 세빛둥둥섬도 지어졌다. 여의도와 용산에 국제항을 만든다는 거창한 계획도 포함됐지만 결국 백지화됐다.

이번 한강 관광 자원화 사업에 포함된 여의도 피어데크·통합선착장, 복합문화시설 조성 계획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한강르네상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부와 서울시가 한강의 부활을 위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먼저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관련해 하류에 설치된 신곡수중보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올 여름에는 유례없이 한강에 녹조가 심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녹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환경단체들은 신곡수중보로 인한 물의 흐름 정체를 중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철거 여부를 연구해 달라고 정부에 재차 요구하고 있으나 신곡보 소유권자인 국토교통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토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신곡보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전문가 연구를 진행해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경인아라뱃길에 연결된 한강 구간에 1000t급 여객선이 운항하는 것을 둘러싼 갈등도 풀어야 한다. K-water가 1000t급 여객선 운항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700t으로 제한했다. 서울시는 “관광유람선 운항 허가권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있고, 우리 시는 협의 대상이다”고 발을 뺐지만 한강시민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이 경인아라뱃길에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부와 서울시가 한강의 관광 자원화에 협력하기로 한 취지에 어긋난다.

서울시는 중대형 선박 운항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과 한강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면 전문가 검증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운항에 협조하는 것이 한강의 관광 자원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영역다툼이나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지혜롭게 문제를 풀기 바란다.

김재중 사회2부 차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