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무원 되고자 하는 자 아닌 ‘하고자 하는 자’ 뽑아야”

입력 2015-08-28 02:50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26일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한강의 기적’을 넘어 ‘태평양의 기적’으로 나아가겠다는 심경으로 공직사회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서영희 기자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뤄진 정부 조직 개편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인사혁신처였다. 당시 공직사회의 무능과 부패를 질타하는 따가운 국민 여론에 따라 공직사회 개혁을 목적으로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출신이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취임 9개월을 넘긴 이근면(63) 인사혁신처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를 들어봤다. 26일 찾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15층 집무실은 무채색의 여느 관공서와 달리 컬러풀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벽에 설치된 대형 PC 모니터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벽 화이트보드엔 ‘채용의 혁신’ ‘교육의 정상화’ ‘인사의 전문화·성과화’란 글귀가 표어처럼 씌어 있었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청산은 얼마나 진척됐나.

“일단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했다. 공직자 재취업 금지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대상 기업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 업무와 연관성 있는 기업에서 소속 기관 전체와 연관된 기업으로 확대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취업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를 과거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다. 재취업 대상 범위가 늘어난 어떤 직종은 취업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안 될 사람은 아예 해당 부처에서 탈락시켜 심의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고질적 병폐인 공직자들의 ‘복지부동’도 문제가 됐는데 대책은.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징계 먹는다는 관가의 얘기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원인행위가 공무원들에게 학습되면서 복지부동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는 불명확한 상벌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순환보직이다. 1년이면 바뀌는데 왜 굳이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승진 적체도 문제다.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과 성을 쏟아야하는데 돌아오는 게 뭐냐는 인식이 있다. 사무관에서 서기관 승진하려면 법상으로 4년이면 자격이 생기지만 실제로 이때 승진하는 공무원이 거의 없다. 민간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걸 보고 공무원들이 학습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들에게 더 불편을 끼치는 건 사실 소극 행정이다. 소극 행정에 대해서는 벌을 주는 쪽으로 윤리복무규정를 개정했다.

벼룩은 원래 60㎝ 이상을 뛸 수 있지만 30㎝의 유리컵에 가두면 28㎝밖에 뛰지 못하고 유리컵을 치워도 계속 28㎝만 뛰게 된다는 얘기가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승진, 규제, 감사, 순환보직 등이 이런 유리컵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무원들도 혁신을 통해 유리컵을 깨고 사회 변화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로 거듭나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주무 기관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상당히 의미 있는 개혁이었다. 첫째,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성공시켰다. 후유증도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논란을 잠재웠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되는 공무원연금의 수익비(보험료 대비 연금총액 비율)는 국민연금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다. 최근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현 정부에서 가장 잘한 국정 분야로 꼽혔다.”

-공무원들의 자부심이나 소명의식을 되살릴 방안은.

“우리나라를 빛낸 공무원 50인을 뽑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에 대해서는 선양해주고 표창해주는 활동이 없다. 지난 1월 제1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공무원상’ 표창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로 불러 상을 준 게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인사상의 특전도 부여했다. 현재 제2회 응모를 받고 있다. 새내기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 ‘공무원 명예의 전당’을 만들려고 한다. 공무원 인사는 잔디 키우는 것과 같다. 잡초를 지속적으로 뽑아 대다수의 잔디가 잘 자라게 해야 한다. 국민들도 잡초는 뽑되 잔디는 애정을 갖고 대하면 좋겠다. 공무원 스스로도 온정주의가 집단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들이 민간기업이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와 경쟁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공직사회가 왜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조직이 됐다고 보는가.

“공직에는 지금도 매우 우수한 인재가 들어온다. 그런데 5∼10년이 지나면 그렇지 않게 된다. 민간기업은 사람을 육성한다. 공무원 사회는 과연 그렇게 하는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자’가 아니라 ‘공무원을 하고자 하는 자’를 뽑는 채용 혁신이 필요하다. 공무원을 하겠다는 건 가치관을 가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충 성적순으로 뽑는데 그것으로 안 된다. 올해부터 면접시험을 강화해 공직 가치관과 직무능력을 심층 검증하고 있다. 2017년부터 5급 공채 1차 시험 과목에 헌법을 추가하기로 돼 있다. 외국에 도입된 사례가 있는 ‘인지심리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고 있다. 국과장급 직위에 민간인만 채용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를 지정하고, 우수한 민간 인재를 장관이 직접 선발하는 ‘민간 스카우트제’도 과장급까지 확대해 공무원 문턱을 낮추고 있다.”

-‘김영란법’ 논란에 대한 인사혁신처장으로서의 입장은.

“공무원의 일탈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법으로까지 만들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사 부처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그 법이 효용가치가 없어지는 날을 꿈꾸며, 엄정한 복무관리를 하고 바람직한 공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부처에 ‘혁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혁신의 기본은 공무원의 공직가치를 바로세우는 것이다. 82년에 공무원윤리헌장이 제정됐는데 33년 동안 아무도 뒤져보지 않은 채 어딘가에 있다. 그게 우리나라 공직가치의 현주소라고 본다. 물질주의가 팽배하면서 기본가치를 잃어버렸다. 9월에 새로운 윤리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사혁신처는 대한민국을 재창조한다는 자세로 공직사회의 비효율을 없애고 전문성과 개방성을 높여 미래의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바로 지금이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태평양의 기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진할 것이다.” 김의구 부국장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