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위해선 사행성 게임도?… ‘웹보드’ 꺼내든 다음카카오

입력 2015-08-27 02:11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왼쪽)과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각 사 제공

다음카카오가 게임 부문 매출 회복을 위해 웹보드 게임을 꺼내들었다. 웹보드 게임은 고스톱, 포커, 바둑 등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을 가리킨다. 보통 게임은 10, 20대 젊은층이 즐기지만 웹보드 게임은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행성 게임으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도 따라온다.

다음카카오는 웹보드 게임에 진출하면서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와 손을 잡았다. 선데이토즈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안으로 카카오게임을 통해 ‘애니팡 맞고’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애니팡으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한 인연이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 덕분에 애니팡을 국민게임 반열에 올리며 성장했다. 뚜렷한 수익원이 없었던 카카오는 게임을 카카오톡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 몸집을 불렸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웹보드 게임은 블루오션”이라며 “3년 전 애니팡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또 한 번 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2분기 게임 부문에서 5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3.7% 줄었다. 몇몇 대작 게임이 네이버와 손잡는 등 탈카카오게임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고, ‘클래시오브클랜’ ‘캔디크러시사가’ 등 외국 게임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독자적으로 게임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했다. 게임업체들이 카카오게임 입점을 위해 다음카카오에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지불하는 데 불만이 많은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음카카오가 부진 탈출을 위한 카드로 웹보드 게임을 들고 나온 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한게임에 있을 때 웹보드 게임으로 회사를 키운 장본인이다.

다음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 케이벤처그룹은 최근 게임 운영·유통(퍼블리싱) 전문 회사 엔진 지분 66%를 인수했다. 남궁훈 엔진 대표는 한게임 원년 멤버로 김 의장과 인연이 깊다. 웹보드 게임 등 신규 게임 출시를 앞두고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에 사행성 게임을 출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게임에 사용하는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웹보드 게임은 사행성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때문에 다른 게임에 비해 정부의 규제가 강하다.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만 18세 이상만 할 수 있도록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청소년이 할 수 없지만 부모의 계정을 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소년에게도 노출될 수 있다. 다음카카오와 선데이토즈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성인인증을 강화하는 등 관련법을 준수하면서 신중하게 서비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