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선박 ‘마도 4호선’은 조선시대 쌀을 실어 나르던 조운선(漕運船)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시대 배가 발굴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4월부터 마도 4호선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광흥창(廣興倉)’이라고 적힌 목간, ‘내섬(內贍)’이라고 쓰인 분청사기 등 출수된 300여점의 유물과 선박 구조를 통해 조선 초기 조운선임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조운선은 지방 창고에 있는 조세미를 도읍에 있는 창고인 경창으로 운반하던 선박이다. 마도 4호선 안에서는 목간(글을 쓴 나뭇조각) 60여점이 출수됐는데, 대부분 출발지인 나주와 종착지인 한양 광흥창을 뜻하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 표기돼 있다. 일부 목간에서는 곡물의 양과 종류를 의미하는 문자인 ‘두(斗)’와 ‘맥(麥)’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목간의 글자가 마도 4호선이 전남 나주 영산창에서 거둬들인 세곡이나 공납품을 광흥창으로 옮기는 배임을 말해준다”며 “조선시대 공물 운송 방식인 ‘조운’에 대한 최초의 실증 자료로 해양사, 경제사, 도자사, 문화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내에서 출토된 분청사기 대접과 접시 140여점 중 3점에서는 조선시대 궁궐 물품을 담당하던 관아인 내섬시(內贍寺)를 뜻하는 ‘내섬’이라는 글자가 확인됐다. 또 분청사기에는 중앙부는 문양을 성글게 넣고 주변부는 국화나 새끼줄 무늬를 빽빽하게 새기는 15세기 초반 제작 양식이 적용됐음이 드러났다. 벼와 보리, 조선시대 편찬된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주 공물로 기록된 대나무와 숫돌, 조선시대 도량형을 유추할 수 있는 곡물 가마니 등도 출수됐다.
연구소는 마도 4호선의 구조 분석 결과 뱃머리 판재가 가로로 설치돼 있어 조선시대 선박 구조를 그려놓은 ‘각선도본’에 나오는 조운선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뱃머리 판재가 세로로 그려진 고려시대 선박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또 좌우 판재를 연결하는 나무는 고려시대에 쓰인 원통형 목재보다 튼튼한 횡강력재를 사용해 진일보한 선박 기술을 보여준다.
마도 4호선은 현재 마도 북동쪽 해역의 수심 9∼15m 지점에 파묻혀 있으며, 오른쪽으로 50도 기울어져 있고 뱃머리는 남동쪽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고선박은 마도 4호선을 제외하면 13척이다. 10척이 고려시대 배이고, 2척은 13∼14세기 중국 선박, ‘영흥도선’으로 명명된 1척은 통일신라시대 배로 조사됐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고선박 ‘마도 4호선’은 조선 초기 조운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정밀조사 결과 발표
입력 2015-08-27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