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권력구도는 친박(친박근혜)에서 비박(비박근혜)계로 무게추가 이동했다. 친박 주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정치 현안을 놓고 여전히 비박 지도부를 견제하고 있지만 당내 ‘소수그룹’이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승민 거취 사태’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집권여당의 ‘파워게임’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다시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친박에서 비박으로 ‘파워 시프트’=친박은 이명박정부 후반기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한 박근혜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당내 중심세력이 됐다. 현 정부 출범 초 당 지도부는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경환 원내대표 등 ‘친박 투톱’ 체제로 꾸려졌다. 여기에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 주류가 당의 요직을 장악했다.
하지만 여당의 권력구도는 “할 말은 하는 당청 관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김무성 대표가 당권을 거머쥐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14전당대회에서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친박 약화’는 이미 곳곳에서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에서 비주류인 정의화 의장이 친박 주자로 나선 황우여 전 대표에게 승리한 것이다. 또 지난해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서울시장 후보 경선 등에서 친박 후보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신 점도 친박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필두로 한 ‘친박 원내지도부’도 결국 비박에 자리를 내줬다. 이완구 의원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인 지난 2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혔다.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시절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이주영 의원이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뤄 시도한 원내지도부 입성은 완패로 귀결됐다.
◇친박의 반격…총선 앞두고 진영싸움 가열=친박의 반격은 지난해 12월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뺀 채 친박 핵심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가진 뒤 본격화됐다.
당내 권력다툼은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정점을 쳤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협상에서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수용 요구를 받아들인 유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친박 진영에서 들끓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내 갈등은 잠시 ‘잠복 모드’에 들어갔지만 최근 양 진영 간 교전이 다시 시작된 모양새다. 김 대표가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친박이 야당과의 동시 실시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응수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력 간 전면전이 불 뿜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박근혜정부 반환점] 후반기 與권력 어디로… “밀리면 끝장” 親朴의 반격
입력 2015-08-27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