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현대차 적극 소통… ‘안티’까지 품는다

입력 2015-08-28 02:11



온라인상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현재 인터넷 등 자동차 동호회나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들은 350만명(중복 포함) 정도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와 관련한 기사나 글에는 어김없이 비판적이거나 때로는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린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설치하고, 소비자들의 비판적 의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단골 비판 소재들에 대한 자세한 해명을 올리고, 9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와 동호회 등과의 접촉도 강화하고 있다. 충돌테스트, 연비 설명회 등 현대·기아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벤트도 계속 진행된다. 하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기에는 아직 부족하고, 현대·기아차가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강아지 소리’를 잡아라=지난달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현대차 싼타페와 신형 투싼의 ‘강아지 소리’가 논란이 됐다. 싼타페와 투싼 등의 시동을 끈 뒤에 ‘왈왈’ 하는 강아지가 짖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게 골자였다. 동영상들이 잇달아 인터넷에 올라왔고, ‘멍멍이 옵션’ ‘개소리’ 등의 비판적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현대차는 경위파악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에도 즉시 보고됐다. 현대차 기술진이 원인을 파악해보니, 강아지 소리의 정체는 공기제어밸브가 여닫히는 소리였다. 시동이 꺼지면 밸브 개폐 값을 측정하는 장치가 작동하게 되는데, 이 소리가 강아지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동호회 등에 이러한 내용을 알렸고, 간단한 설계 변경을 통해 새로 출시되는 차량에는 강아지 소리를 제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7일 “일반적으로는 듣기 힘든 소리인데, 민감한 소비자에게는 거슬렸던 것 같다”며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온라인상의 문제제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비판 내용은 무엇일까=현대차가 지난 4∼7월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댓글 777개를 분석했더니 부정적인 의견이 72.6%였다. 긍정적인 의견은 97개(12.5%), 중립적인 의견은 116개(14.9%)였다.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올라오는 댓글이 이 정도면, 인터넷 포털이나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부정적인 의견 비중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지만, 현대차를 비판하는 댓글들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차별 논란이다.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다는 게 핵심 논리다. 사용되는 강판이 다르고, 사용되는 에어백이 다르고, 팔리는 가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보증기간도 미국에서는 10년으로 장기간 보증을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3∼5년에 불과하다는 비판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자주 이뤄지는 리콜이 국내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제품 결함과 관련한 비판도 많다. 부품들에 녹이 슬었다는 경험담, 사고가 발생해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는 사례들, 엔진룸에 물이 샌다는 의혹 등이 인터넷에서 계속 이슈가 됐다. 급발진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단골 소재중 하나다.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도 계속돼 왔다. 옵션이 붙으면 수입차와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거나 노조의 비싼 임금도 도마에 오른다.

◇적극 해명에 나선 현대차=현대·기아차가 소비자들의 비판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정의선 부회장 지시로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전담 조직인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면서부터다. 공식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코너도 만들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동차 동호회에 대한 해명·설득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점유율 하락에 대해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신경 많이 쓰고 있고 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의 작은 얘기라도 듣고 곧바로 시정하는 마음가짐을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 현장에서는 현대차 경영진이 직접 나서 ‘현대차에 말한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현대차 블로그는 올 1∼7월 월 평균 11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방문자 5만4000여명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오해와 진실’ 코너는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비판에 대한 현대차의 공식 해명 성격의 글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이후 이 코너에 5건의 글을 올렸다. 각각 ‘내수용 & 수출용 강판 차별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현대차는 차체가 약하다?’ ‘현대차는 수입차보다 초고장력강판을 적게 적용해서 차체가 약하다?’ ‘현대차는 수출용 강판의 두께를 내수용보다 두껍게 만든다?’ ‘현대차는 수출용 차량에 더 좋은 에어백을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4개월이라는 시간을 고려하면 콘텐츠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판들에 대한 공식 해명이기 때문에 기술진과 다른 팀들과의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며 “앞으로 한달에 1∼2편씩 꾸준하게 글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금방 바뀔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객관적인 의견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해명보다 근본적인 제품 혁신 필요=현대·기아차가 ‘적극 대응’ 방침에 따라 각종 오해에 대한 해명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미국과 한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격 차이 문제나 보증기간 차이 등은 해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미국시장의 상징성 때문에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싸게 공급하고 있다는 점,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불가피한 가격 인하, 미국과 한국의 판매 체계나 세금 구조 차이, 옵션 적용 유무 등으로 인한 가격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현대·기아차가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제값받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고급차량은 미국 판매가격이 국내 판매가격보다 싼 게 사실이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SNS 등을 통해 자동차의 모든 정보를 알게 되고,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산차와 수입차의 직접 비교가 가능해졌다”며 “단순한 해명으로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잠재우기 힘들며, 근본적인 제품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