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사태가 불거진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출판사 창비가 여전히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천문학, 오늘의 문예비평, 황해문화, 리얼리스트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한국문학,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소영현 ‘21세기 문학’ 편집위원은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가을호에서 신경숙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창비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창비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신경숙 소설 ‘전설’이 수록된 단편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발간했다. 창비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를 통해 백영서 편집주간의 사과의 글과 표절 사태 직후 진행된 두 번의 토론회 토론문(정은경·김대성) 및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물(윤지관)을 실었다.
소 편집위원은 “세 편의 글은 개별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창비의 무성의한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하다”며 “창비의 입장이 이 글들을 통해 밝혀질 수 없으며 대변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문학상 쇄신 요청에 어떤 방식으로 응답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여전히 표절 프레임 내부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반응에 멈춰 있다는 점에서도 창비의 이번 대응이 아쉽다”고도 했다.
임태훈 ‘말과 활’ 편집위원은 “취할 것을 택하기도 전에 우리 자신이 버림받고 있다”며 “대학에선 한국문학 재생산의 한 축인 국문과와 문예창작과가 사라지고 있고 다른 한 축인 출판시장은 4∼5년 뒤 더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신경숙 사태는 이 와중에 터진 것이고, 우리는 사양산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근대문학의 태동과 함께 정의되고 재생산된 ‘작가’ 개념은 오래지 않아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은 “문제를 작가 개인의 사적 도덕률의 위반이나 특정 작가의 일탈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본질은 자기 성찰을 누락한 작가, 출판사, 비평가가 어떻게 균형감각을 잃고 자기 내부로 침전되고 매몰될 수 있는지 보여준 문화적 증례”라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신경숙 사태’ 두 달 지났지만… “창비, 여전히 무성의”
입력 2015-08-27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