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말 오후 다국적 가구업체인 이케아 광명점에 처음 가봤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들어온 후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들었던 터라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입구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매장 안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움직일 정도였다. 광명점은 스웨덴 스톡홀름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매장이라고 한다.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절감했다.
이케아가 세계 최대 가구업체가 된 배경에는 독특한 경영기법이 있다. ‘고객은 왕’이라는 전통적 영업 덕목을 파괴하고 소비자들이 부품을 가져가서 완제품을 직접 만들도록 함으로써 ‘불편을 판다’는 전략을 구사한다. ‘안티 서비스’를 추구하는 대신 값을 낮춤으로써 구매를 부추긴다.
또 다른 영업 노하우는 카탈로그다. 이케아는 1951년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연간 2억2000만권의 카탈로그를 인쇄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찍어내는 책자란다. 이를 거의 무차별적으로 배포한다. 구매 이력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보내진다. 며칠 전 집으로 배달된 306쪽의 카탈로그에는 상품 사진 및 설명, 가격은 물론 상품 디자이너의 이름과 사진까지 있다. 상품의 가치에 대한 디자이너의 간략한 설명까지 곁들여 친절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매장에 오기 전부터 카탈로그를 통해 이케아 친화적 감성을 유발케 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한 문학평론가는 이 카탈로그에 대해 평론을 할 정도로 이케아의 상징이 됐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 논란은 여전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가격, 국내 가구부품업체와의 저조한 상생 실적, 국내 가구판매업체의 매출 급감 등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케아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길 정도로 관심을 끈 경영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것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모색하는 이케아의 성공 비결은 우리 기업들이 새겨볼 만한 교훈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이케아와 카탈로그
입력 2015-08-27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