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은 안보관광의 상징이다. 북한 지역을 지척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멀리 금강산을 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가 있는 데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관한 지 6년이 넘은 DMZ박물관도 위치해 있어서다. 민통선 안에 있어 출입절차가 다소 불편하지만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잊혀져 가는 전쟁과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봄가을이면 수학여행 학생들이, 방학 때면 가족 동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덕분이다.
하지만 조금 더 남쪽에 있는 최북단 마을 명파리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7년 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이어지던 때와는 격세지감일 정도로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7번 국도에는 통일전망대를 찾는 차량만 간간이 지날 뿐 건물도 주차장도 텅 비어 있다.
금강산 관광이 이어지던 당시 이 도로 양옆에 줄이어 들어선 식당과 건어물 가게는 상당수 문을 닫았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가게 주인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창 때는 찾는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 하루아침에 적막강산으로 변한 뒤 7년을 넘기고 있다.
관광수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성군은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금강산을 포함한 고성지역 관광지 방문객 수는 금강산 관광 중단 직전 해인 2007년에는 721만명이었으나 관광이 중단된 2008년엔 369만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관광객이 연평균 210만명이나 줄어들면서 이 지역의 경제적 손실은 매월 32억원씩 모두 2400여억원으로 불어났다. 휴·폐업한 업소도 4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도 ‘금강산 가는 길이 언젠가는 뚫리겠지. 사람들이 몰려오면 대박 날 것’이라며 희망을 품고 버티는 가게도 적지 않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남북 관계 경색에 민감하지만 그만큼 남북 간의 새로운 소식도 간간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지뢰 도발에 이어 포 사격으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았던 남북이 최악의 충돌 상황 직전에서 멈춰 섰다. 준전시상태 등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상황이 판문점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유감 표명과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빠른 시일 내에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고, 오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꽉 막혔던 남북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열린 셈이니 전화위복이라 할만하다.
협상 과정에서 남북 경협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민간교류 활성화는 사실상 그 실마리를 열어놓은 셈이어서 기대감도 솔솔 풍겨 나온다.
금강산 관광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군사적인 면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북한이 현재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현대아산과 협력업체 등의 부동산을 몰수하고 독자적인 관광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는 북한 측도 관광 재개를 바라는 눈치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이미 단계별 전략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민통선 북쪽에 위치한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로 이어지는 상리∼사천리 국도 7호선 확장사업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모처럼 뚫린 물꼬가 하루빨리 관광 재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쪽박’을 찰 것이 아니라 ‘대박’ 났으면 좋겠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내일을 열며-남호철] 금강산 관광 빨리 재개되길
입력 2015-08-27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