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실탄이 발사돼 의경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북의 대치 상황이 해소된 첫날 군경합동검문소에서 의경을 감독하는 50대 경찰 간부가 권총으로 의경을 위협하다 벌어진 일이다.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의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25일 오후 5시쯤 서울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박모(54) 경위가 발사한 실탄에 박모(21) 상경이 왼쪽 가슴을 맞아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박 경위는 검문소 의경 생활을 관리하는 감독관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검문소에서 의경들이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박 경위가 “나만 빼놓느냐”며 장난을 치다 총기가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박 경위는 자신이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장난을 쳤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권총 원형탄창의 첫 번째 칸은 비워놓고 두 번째 칸은 공포탄, 세 번째 칸에는 실탄을 넣어놓았다. 당연히 노리쇠가 빈칸에 맞춰져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총알의 장전 상태가 이상했다. 주의하지 않으면 탄창이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상경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박 상경의 아버지는 “사고 한 번 치지 않은 착한 아들이었는데 볼 자신이 없다”며 영안실 앞에 주저앉았다.
경찰은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박 경위와 박 상경 외에 현장에 있었던 의경 3명을 개별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총기 관련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엔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A경위(31)가 38구경 권총을 이용해 지구대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4월에는 청와대 외곽을 경비하는 202경비단에서 38구경 권총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을 분실했다가 다음날 소원수리함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2012년 2월엔 용인동부경찰서 소속 지구대에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이 든 권총 1정을 분실했었다.
1999년에는 101경비단 소속 경찰관들이 권총으로 장난치다가 경관 1명이 숨졌었다. 1994년에는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내 파출소 식당에서 최모 순경이 총기 구조를 설명하다 실수로 쏜 총에 의경이 맞아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경찰이 검문소에서 권총 장난하다 오발 의경 어이없는 죽음
입력 2015-08-26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