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금융 쇼크] ‘남북 훈풍’에 국내 증시 반등… 차이나 리스크는 여전

입력 2015-08-26 02:30



중국 인민은행이 25일 저녁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적으로 내린 데다 지급준비율도 0.5% 포인트 내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도 안도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경계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가 모처럼 반등했다. 바닥을 찾던 투자심리가 남북 협상 타결에 용기를 얻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16.82포인트(0.92%) 오른 1846.63으로 장을 마쳤다. 7거래일만의 상승이다. 중국 주가는 이날도 폭락했으나 인민은행의 기준금리·지급준비율 인하가 이뤄진 뒤 개장한 유럽 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의 오름세가 컸다. 5.23% 오른 645.43으로 마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무차별적으로 급락한 가운데 코스닥시장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됐고 중국 증시와 거의 무관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급등하던 원·달러 환율도 3.7원 내린 1195.3원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쳤다고 낙관하기는 섣부르다. 특히 이날 반등에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 국면이 해소된 데 따른 안도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발(發) 패닉이 아직 국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고, 코스피가 1700포인트 후반까지 떨어진 뒤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민은행의 조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스크가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통계적으로 코스피는 1700 후반에서 기술적 반등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는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및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의 국내 증시 하락폭과 외국인 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아직 확신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무엇보다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G2의 불확실성(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제 불안)이 완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과거 지수 급락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서 지수의 하단을 지지해줬으나 최근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미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와 원자재가격 약세가 지속돼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격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21달러(5.5%) 떨어진 배럴당 38.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산업 수요의 기준이 되는 구리 가격도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프라이스 선물그룹의 필 플린 연구원은 “중국 증시 폭락이 모든 것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