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육군… ‘현궁’ 납품 비리 의혹

입력 2015-08-26 02:41

북한군 신형전차 ‘선군호’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육군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사진)의 개발·도입 과정에 비리가 불거져 검찰과 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무기 성능평가를 위한 장비 납품 과정에서 뒷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남북의 첨예한 군사 대치로 우리 군의 전력증강사업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만연한 방위사업 비리만 거듭 확인하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5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 경기도 판교의 방위사업체 LIG넥스원 본사, 하도급업체 등 5, 6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검사와 수사관, 군 검찰관들을 보내 납품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또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박모 육군 중령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 계약 조건에 미달하는 성능평가 장비를 인수받고서도 허위로 확인서를 써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차 잡는 빛의 화살’이라는 별칭을 가진 현궁은 북한군의 신형 전차 배치와 육군의 대전차화기 노후화 등에 따라 2007년부터 개발된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이다. LIG넥스원이 생산을 맡았고 성능평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담당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 성능평가 과정에서 연구소 현궁개발팀이 부실한 내부피해 계측 장비(온도·진동·충격 등 유도 무기의 파괴력을 측정하는 장치)를 공급받는 등 비리가 있다고 밝히고 지난 7월 합수단에 수사를 요청했다.

합수단은 연구소가 내부피해 계측 장비에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하지 않는 데도 기술검사 시 합격 판정을 내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전차자동조종모듈(전차에 장착해 자율주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 7세트를 공급받고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점 등도 합수단이 확인할 부분이다.

합수단은 압수물을 분석하는 대로 연구소와 납품사 관계자 등을 소환해 부실 납품에 따른 뒷돈 여부 등 모든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합수단은 통영함·소해함, 해상작전 헬기와 잠수함 등 해군을 주된 타깃으로 해 왔다. 해군 특유의 폐쇄적인 함정 문화가 광범위한 방위사업 비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궁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현궁은 총사업비가 석연찮게 늘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예산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애초 대당 9800만원이던 사업비가 1억3000만원으로 새로 책정되며 정부가 예산 책정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방위원회에서 3성 장군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국방위원은 현궁 예산이 책정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00대를 사겠다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방산 수출 활성화 측면에서 빨리 촉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LIG넥스원이 “1조원 규모로 중동에 수출한다”고 자랑했기 때문이었는데, 이젠 사업 과정의 비리를 소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