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5일 고위급 접촉을 통해 포괄적 관계 개선에 합의하면서 김대중정부 이후 ‘남북교류 르네상스’를 이끌 만한 전기를 맞았다. 남북이 공동보도문에 명시한 대로 ‘빠른 시일 내’ 적절한 시기에 당국 간 회담을 갖게 될 경우 이 회담은 안건과 분야별로 대화프로세스로 분화·체계화될 전망이다. 중심 의제는 무엇보다 양측 간 최대 현안이자 난제인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난 타개’ 북한, ‘평화 정착’ 남한=북한에 가장 다급한 현안은 악화되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패키지 딜’이다.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와 교류 등을 전면 금지한 5·24조치는 북한의 자금줄을 턱밑까지 졸랐다.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재 해제를 요청해 왔다. 남측 역시 제재 유지 원칙을 천명하면서도 민간 교류 단절, 개성공단 발전 저해와 투자 손실 탓에 새로운 ‘출구전략’을 고민해 온 게 사실이다.
다만 남측도 이 조치 해제의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5·24조치의 원인인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그것이다. 이번 ‘2+2회담’에서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한마디도 꺼내지 않은 것 또한 이런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의 원산 국제관광단지 개발과 맞닿아 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개성공단과 함께 북한의 ‘캐시카우’(Cash Cow·돈줄) 역할을 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는 대로 이와 연계한 원산 국제관광단지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북한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중국과 금강산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기까지 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다.
반면 남측은 한반도 평화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함께 남북 간 유일한 경제협력 공간인 개성공단 발전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은 대외적으로 북한 리스크를 낮추는 ‘쿠션’ 역할을 하는 데다 추후 대북 사업에도 지렛대 구실을 하게 될 중요한 전략 지점이다. 신규 투자 유치 및 국제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고용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및 노동규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 시작될 전망이다.
단절되다시피 했던 민간 교류도 대폭 활성화될 개연성이 높다.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올해만 해도 8·15 남북 공동행사, 광복 70주년 기념 각종 스포츠 행사 및 학술대회, 문화 체육 공연 등이 대거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민간 교류 활성화 노력을 명시하면서 공동 방역사업, 양묘장 사업, 축산협력 사업 등 기존 사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당국 회담 어떻게 진행되나=양측이 현안 논의를 위해 개최키로 합의한 당국 회담은 앞으로 분야별 장관급·고위급·실무 회의체 등으로 확대·구체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남북 간 회담의 정례화, 체계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현안별로 누가,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에 대해선 추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선 총리급 회담을 필두로 장관급 회담, 고위급 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 등으로 회담 체계가 구성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이후 대화 채널이 단절되면서 지금은 별도 회담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과거 남측 장관의 협상 파트너로 북한의 과장급 인사가 지목되는 등 ‘격’과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효율적인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된다. 과거처럼 총리급 회담 산하에 직급별 회담을 두거나 안건·분야별 회담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를 위한 핵심 협의체로는 이번에 처음 등장해 성과를 낸 ‘2+2채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안 논의를 위한 회담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중심 역할을 할 남북 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무게감 있는 사안이 생기면 이번에 가동된 ‘2+2채널’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조합처럼 ‘최고지도자의 핵심 측근+대북·대남 협상 채널 책임자’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협상 과정에서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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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26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