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미국인 대리모 최대 고객은 중국인

입력 2015-08-26 02:34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사는 오드라 앤더슨(32)은 임신 8개월째다. 이미 배가 남산만 하게 부풀었다. 7세인 딸 나디아는 곧잘 엄마의 둥근 배를 만진다. 하지만 뱃속에 든 아기는 나디아의 동생이 아니다. 앤더슨 역시 이 아기의 엄마가 아니다. 아기의 부모는 다름 아닌 중국에 사는 동성애자 커플이다.

또 다른 중국인 린다 장(43)은 몇 년간 임신을 시도했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대리 출산을 결심한 케이스다. 장은 미국 친구들로부터 미국의 대리모 관련법과 출산과정이 중국보다 훨씬 발전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미국에서 대리모를 구했다. 14개월 뒤 장은 미국에서 갓 태어난 아들을 품에 안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CNN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최근 중국의 부유층 부부들이 고용한 대리모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대리모 출산이 중국에서 불법일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아직 완전히 폐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 주요 도시의 공해로 불임 부부가 늘어난 것도 대리모 출산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리출산 알선 업체 웨스트코스트 서로건시는 최근 고객의 40%가량이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대리모 출산이 아니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동성애자 가정이다.

외국인 부부가 미국인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지려면 15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몇 차례 직접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데 드는 총비용은 13만 달러(약 1억5500만원)에서 15만 달러(약 1억7917만원) 정도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의 시민권을 인정해주는 미국 현행법도 대리모 출산이 느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21세가 되면 부모를 초청할 수 있고, 부모는 영주권을 받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앵커 베이비’(원정출산 아기를 뜻하는 속어)를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