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한국교회, 화해·협력의 물꼬를 트자] “‘선한 손’으로 통일의 길 넓힐 때”

입력 2015-08-26 00:10
지난 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한국교회 평화통일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형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국민일보DB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군사적 긴장 해소와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함으로써 한국교회의 대북 교류·협력도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교회 통일·북한 전문가들은 교회가 앞장서 가뭄 등으로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교회는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중요 프로젝트가 보류되거나 중단되는 등 위축된 상태다. 이번 합의는 한국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복원하고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수봉 기독교북한선교회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어 교류가 막혀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양영식 통일아카데미 원장은 “온 민족 구성원이 마음 졸이면서 기다리던 협상이 타결된 데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남북 합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 원장은 특히 북한 선교의 간접적 교두보 역할을 하는 개성공단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은 점을 높게 평가했다. 양 원장은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이 멈추지 않은 데에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면서 “남과 북이 서로 오가고 대화하며 마음을 주고받다 보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모처럼 조성된 남북 화해·협력 기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 원장은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교회가 나서서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일환 기독교통일학회 회장은 북한이 하루빨리 개방을 해 국제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소매를 걷어부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회장은 “북한이 남한, 국제사회와 손을 잡고 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며 “교회는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 등으로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뒤에서 보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개신교계와 함께 남북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고 재정 지원을 해야 이번 합의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대북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연합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기독교통일연구소 소장인 박영환 서울신학대 교수는 “한국교회는 효과적인 대북지원을 위해 각개전투식 지원은 지양하고 역량을 집결해 북한과의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부터 한국교회가 ‘북한 교회 재건’을 중장기 목표로 세우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허 선임연구원은 “한국교회는 이제부터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 대북 지원과 동시에 통일 이후 북한교회를 회복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계의 보수·진보 통일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이사야 양민경 김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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