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다 받겠다”… 메르켈의 결단

입력 2015-08-26 02:31
24일(현지시간)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역 근처의 철길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마케도니아에 입국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된 난민은 34만여명으로 지난해 1년간 유럽으로 온 전체 난민 28만명보다 많았다.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난민 문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유럽연합(EU)에 들어온 난민 수가 월 10만명을 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독일이 시리아 출신의 망명 신청자를 모두 수용키로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 유럽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독일이 자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시리아 난민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U의 더블린 규약에 따르면 EU 지역에 들어온 모든 난민은 최초로 발을 들여놓은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은 시리아 망명 신청자들이 처음 도착하는 국가와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기를 원할 경우 이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독일 정부는 “시리아 망명 신청자에게 내려진 기존의 추방 명령은 모두 취소될 것이며 새로운 시리아 망명 신청자에게는 어느 국가에 처음 왔는지를 묻는 서류작성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난민 수는 지난해 20만3000명에서 올해 75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시리아 국적자는 4만4400명가량이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19일 “올해 독일은 80만명의 난민 신청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EU로 유입된 난민은 34만여명으로 지난해 1년간 유럽으로 온 전체 난민 수(약 28만명)를 훨씬 웃돈다.

하지만 난민 수용 부담이 ‘EU의 관문’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만 편중되면서 독일은 난민 분산 수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입국한 난민 수는 EU 전체에 들어온 난민의 4분의 1가량인 9만명에 달했고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도 5만명이 넘었다.

시리아 난민에 대한 독일의 이번 결정은 기존의 더블린 규약이 망명 허용을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것을 독일이 직접 행동으로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더불어 더블린 규약을 핑계로 난민의 입국을 거부해온 다른 EU 국가들에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이 같은 상황에서 고통 분담은커녕 그리스와 이탈리아 캠프에 있는 난민 4만명을 분산 수용하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을 내쫓기 위한 조치를 실행해 나가고 있다.

영국 난민위원회 관계자는 “독일의 발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지금까지 난민이 오지 못하게 막기만 했던 영국 정부 역시 독일과 유사한 입장을 발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EU 회원국들의 난민 문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난민 분산 수용에 회원국들이 합의하고 망명 허용을 위한 공동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난민 사태에 대해 “기다리기보다는 날마다 대응하면서 대책을 만들고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