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통해 25일 합의문을 발표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정부는 일제히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외신들 가운데에는 “합의문이 모호하다”거나 “평화가 계속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북한이 타결한 합의 내용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계속 긴밀히 공조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뒷받침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선 최근 남북 간 긴장사태 이후 확고한 한국 방위공약을 천명해 왔기 때문에 협상이 불발로 끝날 경우 부담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남북이 추가적인 충돌로 치닫지 않고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미국으로서도 안도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협상 타결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선(북한)과 한국이 긴장 국면을 완화하고 관계를 개선하기로 하는 일련의 합의를 도출했다”며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과 한국이 관련 협의를 순조롭게 실행해 반도(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참의원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남북이 충돌을 피하는 합의를 도출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북한이 도발 행동을 자제해 지역의 긴장 완화와 현안 해결로 연결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미국,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계속 긴장감을 가지고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협상 타결 소식을 ‘긴급’ 소식으로 전했다. AP통신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요구해온 ‘명백한 사과(apology)’는 고사하고 자신들의 책임도 인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북한이 유감(regret) 표명을 함으로써 서로간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데 첫걸음을 떼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AP통신은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북한으로선 자국민에게 ‘남한에 승리를 거뒀다’는 선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북한의 유감 표명과 한국의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그동안 긴장을 고조시켜온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지뢰 사건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지만 사건을 일으킨 주체가 명시되지 않았고, 한국이 요구한 사과 표현과 재발방지의 구체적 내용도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범행을 부정할 여지를 남긴 모호한 합의가 됐다”고 분석했다.
손병호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bhson@kmib.co.kr
[남북 화해의 길 열다] 美·中·日 “한반도 긴장 완화됐다” 일제히 환영
입력 2015-08-2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