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팔 비틀었다” 시비로 6년간 재판 3건… ‘괘씸죄’ 기소에 귀농부부 나락

입력 2015-08-26 02:42

인천에서 가구점을 운영했던 박모(53)씨는 충북 충주로 귀농한 지 1년 만인 2009년 6월 27일 발생한 조그만 시비 때문에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났다. 박씨는 그날 오후 11시쯤 술에 취한 채 아내 최모(51)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다 음주단속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경찰관 박모 경사는 팔이 뒤로 꺾이며 쓰러질 듯한 자세로 비명을 질렀다. 박 경사는 박씨가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고 박씨는 “오히려 박 경사가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부인했다. 당시 상황은 경찰관의 캠코더에 찍혔으나 화면이 흐릿해 확실하지 않아 보였다.

결국 박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관련 동영상과 진술 등을 토대로 박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 최씨가 재판에서 “남편이 경찰관 손을 비튼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2년 12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다. 교사였던 아내는 유죄판결 때문에 교단을 떠나야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박씨가 아내의 재판에서 자신의 폭행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가 역시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2년 4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흐린 동영상의 화면을 밝게 하자 박씨가 박 경사의 팔을 꺾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결국 사건의 발단은 경찰관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이었던 셈이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박씨의 위증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는 현재 공사장 막노동을 하고 있고, 교사였던 아내는 화장품 뚜껑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박씨의 변호인은 “6년 전 작은 사건에서 검찰의 보복기소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