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충돌 피한 남북, 화해의 길 열다… “위기를 기회로” 戰雲 걷힌 한반도

입력 2015-08-26 02:01

남북이 최고조로 치닫던 군사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 개선의 출발점을 맞았다. 일촉즉발의 정면충돌 위기 속에서 진행된 무박4일간의 ‘퇴로 없는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점을 찾음에 따라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남북이 장시간 협상에도 판을 깨지 않고 끝내 합의를 도출한 것은 양측 모두 상호관계 발전이 현 상황의 돌파구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근혜정부는 여러 분야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외교 분야는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고, ‘김정은 북한’도 체제 위기와 국제적인 고립 국면을 벗어나는 출구가 간절하게 필요했다는 의미다.

이번 남북 합의는 그동안 ‘도발-대화-보상’으로 이어져 왔던 북한 도발 및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이번 기회에 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주효한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13년 4월 개성공단 사태 등 취임 직후부터 계속됐던 북측의 돌발 행동에 끌려 다니지 않고 원칙론을 꾸준히 밀고 나가면서 결국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우리 측은 25일 새벽 종료된 이번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6개 항목의 합의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남측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 개최, 여러 분야의 대화 및 협상 지속 등 폭넓게 남북 교류를 재개할 계기를 만들었다.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표현으로 전제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사실상의 무력도발 재발방지 다짐도 받아냈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제안했던 이산가족 상봉도 합의했다.

25일로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맞은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단호한 대응과 대화협력’의 대북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됐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신뢰가 형성될 경우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제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 단계에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임기 후반기 남북 정상회담 성사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미래가 반드시 ‘장밋빛’만은 아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핑계를 대며 남북 간은 물론 북·미 간 2·29합의, 북핵 9·19공동성명 등 국제사회와의 합의를 수차례 파기했다. 그런 만큼 박근혜정부는 확고한 대북 원칙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틀 아래에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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