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감’ 표명과 우리 정부의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25일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나흘 만에 마무리되자 북측 협상 주역인 황병서(66·왼쪽 사진) 총정치국장과 김양건(73·오른쪽)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권력서열 2위인 황 총정치국장은 이번 협상이 남북 정상 간 ‘간접회담’이라 불릴 만큼의 무게감을 실어줬다. 2013년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뒤 지난해 4월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북한 권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남한을 방문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나눈 적도 있다. 군에서만 활동해와 남북대화 경험이 전무했던 황 총정치국장은 이번 협상을 무난히 이끌어 또 하나의 공을 세웠다.
북한의 대남담당 최고직위인 통일전선부장을 겸하는 김 비서는 노련한 대남 전문가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유일하게 배석했다. 2009년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한 북측 사절단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같은 해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싱가포르에서 비밀접촉을 가져 이명박정부와 대화에 나서기도 했다.
황 총정치국장의 ‘원칙’ 아래 김 비서의 ‘노련함’이 이번 접촉 합의를 성사시킨 셈이다. 세부 문안 조정 역시 베테랑인 김 비서의 손을 거쳤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접촉 과정에서 북한 매체들이 김 비서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보도해 ‘후보위원’이던 그가 승진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남북 화해의 길 열다] 北 황병서 ‘원칙’ 김양건 ‘노련미’ 맞불… 협상 이끈 2인, 관심 증폭
입력 2015-08-26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