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의 길 열다] 정상회담 ‘징검다리’ 될까

입력 2015-08-26 02:34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은 이번 접촉에서 관계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회담이 성과를 거둘 경우 자연스럽게 정상회담까지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어느 때보다 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는 양측 정상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권력서열 2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섰기 때문이다. 북측은 접촉 내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김 제1비서의 훈령을 받았고, 남측도 박 대통령이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사실상 ‘간접 정상회담’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 대박론’을 주창해온 청와대 입장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한 카드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정권 차원의 성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올해 연두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도 그런 데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하는 데 전제조건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도 교통방송에 출연,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만큼 남북 간 신뢰가 형성될 수 있고, 그런 여러 조치가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문을 열어뒀다.

야당에서는 이번 남북 접촉을 동력 삼아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 평화안보특별위원장인 박지원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섯 가지 합의사항을 기본으로 해서 더 큰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대하고, 더욱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도 기대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2002년 김대중정부, 2007년 노무현정부 당시 한 차례씩 이뤄졌지만 이명박정부 때는 성사되지 못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