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영동여고 강당에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도 배명고 강당에서 목회를 하고 있네요. ‘교육교회’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사역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학교 안 예배 처소로 인도하시나 봅니다.”(웃음)
서울 송파구 삼학사로 배명고 강당에서 24일 만난 양승헌(63) 세대로교회 목사는 학교 강당이 어떻게 예배 공간으로 바뀌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강당 정면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작은 예수 세우는 교육교회 견본주택.’
“성도 한 사람이 작은 예수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교육교회의 최종 목표입니다. 저의 목회 현장은 그런 교육교회를 보여주는 ‘모델 하우스’인 셈이고요.”
양 목사는 20대부터 지금까지 다음세대 복음화를 주요 사역으로 펼쳐온 교회교육 전문가다. 어린이 선교단체인 파이디온선교회(대표 고종율 목사)에서 30년 동안 사역했다. 이후 유학을 떠나 6년 동안 교육학을 배웠다. 40여년 동안 다음세대 교육 등을 통해 얻은 교회교육의 키워드는 다름아닌 ‘통합’이다.
“목회는 담임목사가 하고 교육은 전도사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교회가 여전히 많습니다. 담임목사는 교육 파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몰라요. 그 교회의 미래가 교육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절대 양분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목회와 교육입니다.”
양 목사는 이 시대 교회교육의 문제점으로 눈, 손, 말씀 등 세 가지를 지적했다. 내 이웃을 바라본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기 자녀를 바라보지 못하는 눈의 문제, 교회가 프로그램과 사역자를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부모가 신앙교육의 손을 놓게 만드는 문제가 그렇다. 특히 말씀에 하나님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성경의 정보를 전달하는 건 말씀을 전하는 게 아닙니다. 다윗과 요나단의 이야기에서 목숨을 건 우정에 대한 부분만 아이들에게 전달된다면, 차라리 오성과 한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더 낫습니다. 그 우정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기도가 같이 전해져야지요.”
세대로교회 주보에는 특이하게도 글씨와 문양, 표의 바탕색까지 유독 오렌지색이 많다. “오렌지가 곧 교회의 색”이라고 말하는 양 목사의 설명에는 세대로교회의 핵심가치가 담겨 있다.
“가정(부모의 사랑, 빨간색)과 교회(진리의 빛, 노란색)가 통합(빨간색+노란색=오렌지색)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온 교회가 같은 주제의 말씀으로 통합되고 그 말씀이 가정에서 대화와 예배로 이어지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주보 속에 끼워진 ‘오렌지 카드’에는 일어날 때와 식탁에 앉았을 때, 차 안에서와 잠자리에 누웠을 때 등 가정 안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이 적혀 있다. 또 주일예배 설교 주제가 주중 가정의 대화 주제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교회교육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부모입니다. ‘하나님을 알고(Learn) 하나님을 사랑하고(Love) 그 말씀대로 살아가고(Live) 그런 삶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라(Leave).’ 모두 부모의 역할입니다.”
양 목사는 오는 10월 9일 배명고 강당 세대로교회에서 교육목회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14년 동안 교육교회 견본주택인 세대로교회를 지어온 과정, 교육교회를 향한 목회자로서의 가치관 등을 나눌 계획이다. 양 목사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에 비유하며 교육교회에 대한 비전을 전했다.
“견본주택을 보러오는 건축 전문가들이 그대로 본을 떠서 주택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교회마다 가지고 있는 사역의 강점들이 있잖아요. 그것이 곧 구슬입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목회 가치관이 접목되지 않으면 다음세대 신앙 전수를 위한 목걸이는 절대 완성되지 않습니다. 구슬을 꿰어야 할 ‘실’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견본주택으로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교육교회’ 비전 갖고 사역… 양승헌 세대로교회 목사 “성도 한 사람이 작은 예수로 자라도록 교육”
입력 2015-08-26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