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자치단체의 한 간부 방에 차를 마시러 갔다가 꽃이 많아 깜짝 놀랐어요. 얼마 전에 승진해서 선물로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거부감이 들더군요.”
미국 육군본부에서 예산분석가로 일하는 장혜숙(58·사진)씨는 25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국내 공직사회의 선물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26일부터 여성가족부 주최로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장씨는 미국 공직사회에서는 10달러 이상의 선물은 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전했다. “해외 출장을 가서 선물을 받았더라도 국가에 보고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싶으면 그에 맞는 비용을 국가에 내야 하고요.”
장씨에게는 간부의 비서가 차를 내오는 모습도 생소했다.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일입니다. 비서는 스케줄을 체크해주는 사람이지 심부름꾼이 아니거든요.” 장씨는 이번 행사 참가를 위해 개인적으로 휴가를 냈고, 왕복 항공료도 자신이 부담했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장씨는 17년간 육아에 전념하다 뒤늦게 미 육군본부의 인턴 프로그램을 거쳐 45세에 정규직 공무원이 됐다. 고속 승진해 1∼15급(15급이 최고위직) 가운데 현재 13급이다. 미 육군본부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 예산을 분석하는 일을 한다.
장씨는 평범했던 주부가 공무원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본인의 학습 노력과 미국 사회의 개방성에서 찾았다. “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두 과목씩 학점을 땄고, 현지에서는 이를 인정해줬습니다. 미국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이 더 성공하기 쉽습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미국 육군본부에서 예산분석가로 일하는 장혜숙씨 “한국 공직사회 선물 관행 이해하기 어려워”
입력 2015-08-26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