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항 45년 ‘부관훼리’ 경영권 日에 넘어가

입력 2015-08-26 02:54
부산∼일본 시모노세키를 운항하는 부관훼리의 하마유호. 부산시 제공

일제 강점기 ‘식민지 뱃길’이며 한·일협력의 상징인 ‘부관훼리’의 경영권이 취항 45년만에 일본에 넘어가자 지역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25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해방 후 운항이 중단됐다가 한·일협력 차원에서 1970년 취항한 ‘부관훼리’의 경영권이 일본 자본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부산상의가 최근 부관훼리의 자본금 변동내역을 확인한 결과 일본기업 라이토프로그레스가 52.14%의 지분율로 재일동포 출신 창업자 정건영 회장(2002년 별세)의 아들(23.80%)과 딸(23.80%)을 제치고 최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관훼리는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정 회장의 아들인 사또유지 대표 이외에 일본인 한 명을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한국인 부사장을 해임했다. 결국 모든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다. 라이토프로그레스는 2007년 창업한 일본 내 대표적 기업합병(M&A)전문회사로 알려졌다.

부관훼리는 일제강점기 일본이 1905년 ‘관부연락선’ 이키마루호(1680t)를 취항한 게 효시다. 관부(關釜)는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의 뒷글자와 부산(釜山)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관부연락선은 침략과 수탈의 상징이었다.

이런 질곡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양국은 동등한 주권국가로서 공동 출자 및 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원칙하에 박정희 대통령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왕상은 부회장(협성해운 회장)과 재일동포 정건영씨를 통해 부관훼리를 출범시켰다. 부관훼리는 우리나라의 상법에 의해 설립됐으며, 당시 외환은행이 50억원의 설립자본금을 지원했다.

당시 부산∼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훼리의 성희호(1만6875t)와 하마유호(1만6878t)는 한·일 간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관훼리가 일본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호혜·평등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에 동참했던 왕상은 회장은 “일본 기업의 경영권 장악은 한·일 양국 정부의 창업정신에 어긋나고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최악의 경우 운항면허 취소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부관훼리 관계자는 “라이토프로그레스가 재일동포 2세의 우호 지분인 만큼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