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영덕]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농축산물 제외했으면

입력 2015-08-26 00:10

부정부패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27일 제정 공포되어 내년 9월 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 시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 수수 때는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 등에서 음식물과 선물은 5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선물금액 상한이 5만원으로 정해지면 설과 추석 명절의 과일 선물세트의 5할 이상이 5만원 이상이고, 명절 선물로 인기가 높은 한우의 경우 9할 이상이 1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농축산물 명절 특수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농업 강국과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시장 개방으로 값싼 수입 농축산물에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설날과 추석의 명절 특수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 분야 FTA 대책으로 농축산물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급화 및 브랜드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선진 농가는 명품 농축산물 생산에 오랜 시간 기술을 축적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명품 농축산물은 선물 판매를 전제로 생산되는 것이어서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 선물 수요를 제한한다면 농가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농축산물 품질 고급화 정책과도 모순이다.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사회적 청렴을 위해 상대적 약자인 농축산인의 비용 부담을 강요한다면 이 또한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농축산물은 부정청탁 금품으로서 매력도가 매우 떨어진다. 따라서 농축산물을 부정청탁 금품 대상에서 제외하더라도 김영란법 취지 달성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산인들의 목소리를 지혜롭게 반영해주길 바란다.

조영덕 농협 축산유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