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금융시장 쇼크] 글로벌 증시 ‘블랙먼데이’… 외국인 ‘셀 코리아’ 가속

입력 2015-08-25 03:54
24일 중국경제 불안에 따른 아시아 증시 폭락으로 코스피지수가 전날 대비 2.47%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5년여 만의 최고 수준인 1199.0원까지 오른 가운데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김지훈 기자
중국발(發) 공포가 또다시 시장을 뒤덮어 24일 글로벌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급락했고 부도 위험은 커졌다. 중국발 공포는 신흥국을 넘어 선진국 증시에까지 전이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위험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7% 내려 1820선으로 주저앉았다. 지난주 급락했던 지수는 장 초반 1870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중국 증시 폭락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1800.75까지 추락했다. 이는 2013년 6월 26일의 장중 저점(1772.49)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최대 규모(7238억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내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중국 경제 관련 불안감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외국인의 투매를 부추겼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대로 치솟아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대장주 삼성전자만 137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2012년 2월 10일(106만2000원) 이후 최저 수준인 107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부터 ‘셀 코리아’로 돌아선 외국인은 3개월 동안 5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내다팔며 증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0.07포인트(54.40%) 급등한 28.58을 기록했다. 2011년 12월 9일(31.07) 이후 최고치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61%, 대만 가권지수는 4.84% 급락했다. 가권지수는 장중 7% 넘게 떨어져 1990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인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증시도 3∼4%대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저유가 악재로 전날 5% 이상 폭락한 중동 산유국 증시도 연일 약세를 이어갔다. 그동안 견고했던 선진국 증시도 큰 충격을 받는 상황이다. 유럽 주요 증시는 장중 5∼7% 급락했고, 뉴욕 증시도 5% 넘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아시아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모두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험자산인 아시아 통화를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이 거세져 이들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대폭 올라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달러당 121.07엔을 기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신흥국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인데, 신흥국 중 한 곳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경우 전반적인 공황이 올 수 있다”며 “시장이 자율적으로 빨리 정상화된다면 좋겠지만 불안이 장기화되면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B투자증권 김한진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연말까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일제히 공포에 휩싸인 것에는 과거의 경험도 작용하고 있다. 1994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대폭 떨어뜨리고 미국이 갑자기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사례가 그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1년 전 위안화 평가절하는 당시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아시아 신흥시장 위기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현재도 위안화 절하로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자연스레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교수는 “94년 당시 고정환율제와 불충분한 외화보유액은 현재 아시아 국가들에 적용되지 않지만 핫머니(단기 투기자금)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