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北, 공기부양정 전진배치… 3大 침투전력 총동원

입력 2015-08-25 03:44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해군기지에 있던 공기부양정 20여척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60㎞ 거리의 고암포로 전진 배치했다고 복수의 군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2013년 3월 보도한 인민군 제324대연합부대와 제287대연합부대, 해군 제597연합부대의 공기부양정 동원 ‘상륙 및 반상륙 훈련’ 모습. 연합뉴스
북한 잠수함 50여척이 기지를 이탈한 데 이어 특수부대원 수송용 공기부양정 20여척도 전방에 전진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침투 전력을 총동원한 것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켜 남북 고위급 회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공기부양정 전진 배치=24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의 모 기지에 있던 공기부양정 20여척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쪽으로 60여㎞ 떨어진 고암포로 전진 배치했다. 또 스텔스형 고속침투선박(VSV)도 NLL 근접 거리의 서해상에서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부양정은 침투 목적의 특수부대원을 신속히 수송하는 선박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심 3대 침투전력 중 하나다. 공기부양정은 길이 21m로 최대속력 시속 74∼96㎞인 ‘공방Ⅱ’(35t급)와 길이 18m로 최대속력 시속 96㎞인 ‘공방Ⅲ’(20t급) 등 두 종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가 2013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공기부양정을 서해에 70척, 동해에 60척 배치하고 있다. 40명 정도의 특수부대원이 탑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부양정 130척에 총 5200명을 태워 기습 상륙작전을 펼치는 게 가능하다. 공기부양정이 전진 배치된 고암포 기지는 2012년 초 완공됐으며, 공기부양정 70여척을 수용할 수 있다.

◇준전시상태 매뉴얼 맞춰 침투전력 총동원=북한군이 공기부양정과 함께 기동시킨 침투전력은 잠수함으로, 잠수함 50여척이 23일 한·미 감시망에서 벗어나 수중으로 전개했다. 전체 잠수함 전력의 70%로 단일 출항 규모로는 6·25전쟁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잠수함은 적은 비용과 소수 전력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인식돼 북한은 잠수함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정)은 로미오급(1800t) 상어급(325t) 연어급(130t) 등 77척으로 기뢰 부설과 수상함 공격, 특수전부대 침투 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북한군은 준전시상태 선포에 따라 전투기 등 공중 전력을 격납고인 ‘이글루’로 옮기고 일부 기종은 비행기지를 바꿔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정예 특수부대 요원을 대북 확성기 방송 타격 등을 위해 전방지역으로 전진 배치했으며, 최전방 지역에 사격 태세를 갖춘 포병 전력을 전날 고위급 접촉 이전보다 배 이상 늘렸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침투수단 및 침투전력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기지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군의 지상·해상·공중·미사일 전력이 준전시상태의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돼 북한군의 준전시상태 매뉴얼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 수뇌부 전투태세 돌입한 듯=북한은 이날 ‘선군절’을 하루 앞두고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했으나 군 수뇌부가 대거 불참했다. ‘선군절 55돌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TV 영상 중 주석단에 앉은 인물들을 분석한 결과 평소 같으면 당연히 참석했을 이영길 총참모장, 이용주 해군사령관, 최영호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사령관 등 군 작전 지휘부는 모두 불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선군절 54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이 총참모장과 김명식 당시 해군사령관, 이병철 당시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등이 일제히 참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북한군 수뇌부 대부분이 전방 부대에 ‘전시상태’를, 최전방 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명령을 받들어 전투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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