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와 GOP 남겠다” 자진 전역 연기 장병 50명

입력 2015-08-25 03:55
북한 도발로 최전방부대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가 내려진 가운데 제대를 앞둔 장병들이 24일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했다. 전역을 연기한 5기갑여단의 정동호 이종엽 김서휘 김동희 병장, 육군 27사단 소속 정성훈 김진범 홍성혁 병장, 육군 3사단 이준 조민수 안동국 병장, 육군 7사단 소속 전문균 주찬준 병장(왼쪽 사진부터 순서대로). 육군 제공
한 예비군이 전투화와 군복, 군번줄 등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최근 SNS에는 ‘언제든 전선으로 나가 싸우겠다’는 젊은이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포격도발로 남북 간 군사적 대치상태가 최고조에 이르자 제대를 앞둔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전역을 연기하고, 정부의 발표에 신뢰를 보내는 등 과거와 달라진 안보관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과 돌출행동이 도를 넘어서면서 오히려 우리 체제의 결속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육군에 따르면 오전 7시 현재 50명의 장병들이 전역 연기를 희망했으며 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신청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전역을 앞두고 훈련에 동참하거나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전역을 연기하는 사례는 더러 있었으나 이번처럼 적의 도발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자진해 전역 연기 의사를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15사단 GOP(일반전초) 대대에서 부분대장을 맡고 있는 강범석(22) 조기현(23) 병장은 전역 연기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지켜보면서 강한 분노와 함께 위기 상황에서 부대원을 위해 몸을 던진 전우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고 연기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중부전선의 육군 3사단 조민수, 안동국, 이준 병장을 비롯한 장병 7명도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전역을 늦추겠다고 했다. 특히 조민수(22) 병장은 전역 전 이미 취업에 성공해 25일 전역하고 9월부터 첫 출근이 예정돼 있음에도 전역 연기를 신청했다.

육군 7사단 22세 동갑내기이자 같은 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균, 주찬준 병장도 25일 전역 예정이었으나 전우들 곁에 더 있기로 했다.

이들은 원래 26일 먼저 전역한 선임 전우들과 함께 제주도로 전역기념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항공권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국가 위기상황에서 적과 마주하고 있는 최전방 부대 출신답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항공권을 취소하고 현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부대에 남기로 결심했다. 병사들뿐 아니라 7사단 정비대대 계현국(22) 하사와 12사단 방공대대 김진철(30) 중사, 26사단 방공대대 윤지민(24) 중사 등 부사관들의 전역 연기 신청도 잇따랐다.

육군 페이스북에는 올려진 글마다 수만명이 공감하고 수천개의 격려와 성원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육군 팔로어 숫자도 23일 20만명을 돌파했다. 북한 포격도발 다음 날인 21일 육군 페이스북에 소개된 ‘예비군 결의’ 사진모음에는 15만8000여명이 공감하고 2만4000여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매일경제신문이 22∼23일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전국 20, 30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스마트폰 앱 설문조사에서 82.8%가 최근 조성된 한반도 긴장에 대해 “북한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북한 책임이 100%라는 응답자는 54.2%, 80∼100%라는 응답은 28.6%로 나타났다. 천안함 피격 때와 비교해 ‘대북 적대감이 매우 심해졌다’는 응답이 38.8%, ‘다소 심해졌다’는 의견이 37.2%에 달했다.

이번 포격사태에 대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서도 60.2%가 ‘잘했다’고 평가했다. 대북심리전을 위한 확성기 방송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45.4%가 ‘대북 확성기 방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95% 신뢰도에 표본오차는 ±4.30% 포인트다.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젊은층은 국가 정체성과 국익보다 개인 이익과 행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북한의 태도에 집단적 분노가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