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두고 갈등을 빚어온 한글·한자 단체들이 정부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정면충돌했다. 고성과 욕설로 여러 차례 파행했고 일부에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 교육부가 다음 달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24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 교원문화관에서 한자교육 공청회를 열었다. 오후 2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한자병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단상 앞을 점거하고 피켓 시위를 벌여 30여분 늦게 시작됐다. 한자병기 반대 측은 행사장에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라는 현수막을 걸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한자병기를 논의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고 와보니 한자 교육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였다. 이는 주최 측이 한글 단체들을 기만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는 주최 측이 현수막을 내린 뒤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자병기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 측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앞서 행사장 정문에서도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와 ‘전국 한자교육추진 총연합회’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토론자로 나선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교수는 “교육부가 한자단체들의 요구에 굴복해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자교육 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희정(서울 유현초) 교사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학습 부담이 커진다. 우리 아이들을 학습하는 기계, 괴물 같은 존재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진태하 인제대 교수는 “어려서 문자를 많이 아는 것은 개인 생애에 도움이 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사설학원을 찾아 한자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한자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 (사교육 수요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난장판 된 초교 교과서 한자 병기 공청회
입력 2015-08-25 02:48 수정 2015-08-25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