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절대다수의 부모가 ‘종일제 보육’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건 종일’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상태에서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음을 뜻한다.
◇10명 중 9명 이상 종일제 선호=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부터 제주도 서귀포시와 경기도 가평군, 경북 김천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맞춤형 보육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 0∼2세에게 하루 12시간이 아닌 6∼8시간의 보육 서비스만 제공했을 때 수요 변화를 파악하는 일이다.
복지부는 3곳 지자체에서 종일형(12시간)과 맞춤형(6∼8시간)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했다. 맞춤형을 선택하는 부모에게는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서귀포) 혹은 월 5만원의 보조금(김천·가평)을 제공했다. 서귀포에서는 좀 더 엄격한 조건을 뒀다. 종일형을 택하려면 맞벌이나 다자녀, 한부모, 임신, 구직활동 등에 관한 증빙 서류를 제출하게 했다. 일을 하지 않고 앞으로도 일할 의사가 없는 전업주부는 종일형 선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종일형의 완승이었다. 서귀포 부모의 96%, 김천 94%, 가평 98%가 종일형을 택했다. 인센티브나 자격 제한으로 종일제 보육을 선호하는 부모의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왜 종일형을 선호할까=현 정부는 무상보육 체계를 완성시켰다. 만 0∼2세도 어린이집에 보내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엄마들까지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면서 보육시설은 포화 상태가 됐다. 보육의 질이 낮아지고 자질이 부족한 교사가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복지부가 맞춤형 보육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엄마가 키울 수 있는 아이는 집에서 돌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0∼2세는 가정에서 양육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지자체 3곳에서의 시범사업도 이런 차원에서 실시됐다.
그렇지만 종일제에 익숙해진 수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의 경우 종일제를 신청한 이유를 물었을 때 ‘다자녀 가정이어서’가 50.8%로 가장 많았다. 아이가 두 명 이상일 때는 종일제 보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맞벌이를 하므로 종일제가 필요하다는 경우도 37.9%였다. 이밖에 한부모가정·조손가정·임신·취업준비 등을 이유로 내세운 사람도 11.2%였다.
육아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한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맞춤형 보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설명한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단순히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니까 이미 종일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반감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맞춤형 프로그램이 어떤 면에서 더 좋을 수 있는지 설명하는 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잘못 짚은 복지부 ‘맞춤형 보육’… 어린이집 학부모 대부분 ‘종일반’ 원해
입력 2015-08-25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