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현장소장인 A씨는 경리담당 등 내부 직원과 함께 주부 등 지인 70명을 건설 일용직으로 허위 신고해 실업급여 6억3000여만원을 타냈다. 일부 모집책은 그 대가로 실업급여의 75%를 받는 등 사실상 브로커로 활동했다. 정부의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조사 대상자들에게 거짓 진술 교육을 시키고 법률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결국 현장 출장조사, 작업 내용 등을 통해 부정수급 사실이 확인됐고 6억3000만원 반환은 물론 공모한 사업주와 브로커 모두 형사고발됐다.
대규모로 근로자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사업주와 짜고 취업 사실을 숨기는 등 실업급여 부정수급 방식이 갈수록 지능·조직화되고 있다. 부정수급 적발 건수도 2012년 이래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실업급여 확대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부정수급 행태 근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2만7220건의 고용보험 부정수급 사실이 적발됐다. 이 같은 행위로 가로채인 급여는 237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지난 2011년 3만건을 넘어섰다 2012년 2만2000여건으로 줄어든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6월 말 현재 이미 1만3446건의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고용보험 부정수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업급여 적발 건수도 2012년 2만946건에서 지난해 2만2116건으로 늘어났다.
실업급여의 경우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모하는 경우가 많아 적발도 쉽지 않다. 조선업계 한 대기업의 사내 협력업체에서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모해 취업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25명이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고용부 기획조사단이 원청 업체의 출입증 발급 기록 명단과 구내식당 이용 내역 근로자를 일일이 대조해 찾아낸 것이었다.
고용부는 부정수급 행태 근절을 위해 이 같은 기획조사 우수 사례와 조사 매뉴얼을 담은 ‘실업급여 부정수급 조사 매뉴얼 및 부정수급 기획조사 사례집’을 발간했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직업훈련비, 육아휴직급여 등 다양한 고용보험 부정수급 사례가 포함돼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실업급여나 모성보호급여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 혈세를 가로채는 도덕적 해이와 범죄행위가 사라져야 한다”면서 “부정수급 행위가 근절되도록 조사관들의 역량을 키우는 등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실업급여, 먼저 타먹는 게 임자?… 지난해 부정수급 2만7000여건
입력 2015-08-25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