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71) 전 국무총리가 24일 오후 1시40분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을 가기 위해 상복을 입었다”며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에 여전히 강한 유감을 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 전 총리의 2년간의 수감생활이 이날 시작됐다. 한 전 총리는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우리가 만들 때 진실은 언제든 밝혀진다”며 구치소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총리로서는 첫 구속수감이며, 한 전 총리 개인에게는 두 번째 옥살이다. 그는 1979년 군사정권 당시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간의 옥고를 치렀었다.
구치소 정문 앞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10여명의 동료의원들과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한 전 총리를 배웅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법정의가 땅에 떨어졌다”며 “총리가 돌아오는 날 정의가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청렴을 뜻하는 백합을 한 송이씩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뇌물 5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때마다 백합을 들고 법정 앞에 섰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그는 김상근 목사가 기도하는 순간 눈물을 훔쳤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한 전 총리는 손을 흔들며 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기결수 신분이라 수형자 분류작업을 거친 뒤 교도소로 옮겨져 2년간 복역하게 된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으로부터 9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형집행 일자를 24일로 연기했다. 한 전 총리는 수감을 앞둔 지난 22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한명숙 수감 “사법정의 죽었다” 정치적 퍼포먼스
입력 2015-08-25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