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美 전략무기, 北 추가도발 제압 ‘결정판’

입력 2015-08-25 02:31
국방부가 24일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시점 협의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에 대한 가장 강력한 형태의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북한이 ‘3대 침투전력’을 총동원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더 고조시키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北 추가도발 사전 제압 포석”=한·미는 남북 협상 결렬 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산 전략무기를 총동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추가 도발 의지를 사전에 제압하겠다는 포석이다. 전략무기는 막강한 파괴력으로 적의 군사적·정치적·경제적 능력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다. 핵심 시설들을 타격해 전쟁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미국은 주요 한·미 연합작전이 시행되거나 한반도 긴장 수위가 올라갈 때마다 전략무기 일부를 한반도에 전진 배치했다.

하지만 전략무기의 이번 배치 시점은 신중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모두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가 바람직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개 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주요 전략무기들=한·미가 현재 한반도 배치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전략무기는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전투기 랩터, 핵잠수함 등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항공모함 전개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B-52 전략폭격기는 ‘폭격기의 제왕’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 운용돼온 폭격기로 최대 27t 분량의 폭탄을 탑재하고 6400㎞ 이상을 날아가 폭격한 후 돌아올 수 있다. 장거리 폭격기로 단독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길이 48m, 너비 56.4m, 무게 221.35t에 최대 항속거리가 2만㎞에 달한다.

최대 상승고도는 5만5000ft(1만6764m)로 고고도 침투가 가능하며 2000파운드(약 907㎏)짜리 재래식 폭탄 35발과 순항미사일 12발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 200∼3000㎞의 공대지 핵미사일도 32발 탑재할 수 있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역할을 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 공항과 도로를 파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맹활약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괌의 앤더슨 기지에 상시 배치해 놓고 있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적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은밀히 침투해 방공망과 주요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 역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JASSM 16발, GPS형 원거리 유도폭탄(JSOW) 16발, 합동정밀직격탄(JDAM) 80발 등 막강한 무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총 중량 1만8144㎏에 달하는 핵폭탄 16발을 탑재할 수 있다.

F-22 전투기 랩터는 스텔스 성능을 가진 전투기 가운데 최강의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날개 아래에 각각 2268㎏의 폭탄을 적재할 수 있고 M-61A2 20㎜포 1문과 AIM-120 미사일,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각각 6발, 3발 탑재할 수 있다. 2006년 6월 실시된 연합 모의훈련인 ‘노던 에지’ 훈련에서 미 공군 및 해군 주력기를 상대로 144대 0의 승리를 거둘 정도였다. 랩터는 한반도에 전개되더라도 비밀에 부쳐지기 일쑤였는데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 시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미 7함대 소속 핵잠수함들도 배치될 수 있다. 바닷속 450m까지 내려가 은밀히 활동하며 적진을 샅샅이 감시할 수 있다. 또 사거리 1600㎞의 원거리 타격용인 토마호크(순항) 미사일을 탑재해 은밀하게 접근한 뒤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1, 2차 이라크전 당시 위용을 떨쳤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항공모함은 전폭기 80여대와 조기경보기, 전자전투기, 대잠헬기 등을 탑재하고 있다.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전폭기를 발진시켜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