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화려한 조명 아래 정장을 차려입은 직장인들이 사진 찍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여직원이 장풍을 날리자 남자 직원들은 일제히 쓰러지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달리고, 점프하고, 재밌는 사진을 위한 온갖 아이디어가 동원된다. 인턴사원의 포즈가 과감해질수록 스튜디오는 환한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반복되는 촬영이 힘들 법도 한데 ‘베스트 컷’을 건져야 한다는 욕심에 모두 하나 된 모습이다. 스튜디오 한쪽에선 파티가 벌어졌다. 직원들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직접 가져온 음료와 배달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문 모델이 된 듯 서로의 포즈를 점검해주는 모습에서 프로 같은 모습까지 엿보인다.
이날 촬영은 평소 사진을 좋아하는 박철홍 과장이 직접 맡았다. 박 과장은 “사진 결과물도 만족스러웠지만 촬영 과정이 더 즐거웠다”며 “인턴사원부터 팀장까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이 더 뿌듯했다”고 말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휴대전화에 바로 전송된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공유하자 순식간에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배채희 사원은 사람들의 댓글에 즐거워하며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은 역시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친구, 연인, 가족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셀프 스튜디오(렌털 스튜디오), 이미지프로필스튜디오 등 이색 스튜디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가의 조명장비와 세트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평소 자신이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가져와 사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전문 스튜디오 사진도 이젠 ‘셀카’의 영역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포토룸에선 20년 지기 대학동기인 네 가족이 모여 여덟 살 초등학생 아이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케이크와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쌓인 얘깃거리를 풀어놓았다.
파티 주인공의 아빠 이병일(44)씨는 “삼둥이 가족 포함 아이들이 8명이라 어디를 가도 시끄러워 주변 눈치를 봐야 하는데 우리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며 “아이들의 추억과 아빠들의 추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고 평했다.
20년 경력의 사진작가인 이상신 포토비 스튜디오 대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인증샷’을 비롯한 수많은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뻔한 사진이 아닌 소위 작품이 될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
[앵글속 세상] 오늘은 내가 사진작가… 스튜디오에서 독특한 추억을 ‘찰∼칵’
입력 2015-08-25 02:48 수정 2015-08-25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