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큰비가 퍼붓고 지나간 지난달 중순, 한껏 빗물을 머금은 흙더미가 강원도 원주시 고산동막길 푯대교회(우상희 목사) 예배당을 덮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흙더미가 들이닥치는 소리를 들은 우길영(46) 전도사가 우상희(66·여) 목사를 데리고 재빨리 마당으로 대피한 덕분이었다.
지난 11일 영동고속도로를 벗어나서도 시골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푯대교회는 중고 패널이 듬성듬성 붙여진 오래된 농기구 창고 같은 모습이었다. 그마저도 이음새가 제대로 맞지 않아 벌어진 틈 사이로 녹이 슬어 있었다. 산기슭과 맞닿아 있는 교회 뒤편으로 발길을 옮겼다. 예배당을 덮친 흙더미는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토사 유입을 막기 위해 우 전도사가 거리에서 주워다가 쌓아놓은 콘크리트 블록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게 아슬아슬했다. 비가 올 때 수로 역할을 해야 할 반원형의 플라스틱 자재에는 흙이 가득 쌓여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건축 전문가를 쓸 형편이 못 돼 가까스로 건축 자재만 구해 직접 예배당을 지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비만 오면 속수무책이에요. 피뢰침이 없어서 번개가 치는 날에는 전자제품 쓰는 것을 엄두도 못 냅니다.”
우 목사가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것은 2003년이다. 사역 초기만 해도 교회학교와 공부방을 열어 초·중등 학생을 비롯한 성도들이 30명 넘게 교회에 나왔지만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부모와 함께 지역을 떠나고, 젊은 세대 유입이 뚝 끊기면서 예배당은 텅 비어갔다. 지금은 우 목사와 우 전도사, 그리고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격주로 교회를 찾는 우 전도사의 열네 살 딸만이 예배당을 지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비량으로 사역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 전도사가 평일에는 읍내에 있는 사료공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마저도 일용직이라 쉽지 않네요.”
우 목사의 말에는 한 명뿐인 동역자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었다.
우 전도사에게 교회는 삶을 지탱하는 터전이기도 하다.
“아내가 딸을 출산하다가 아이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부모님도 아이를 키워주지 못해 보육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어요. 목사님께서 예배당 옆에 방 한 칸을 내어주셔서 5년 만에 다시 아이를 찾아올 수 있었지요. 그때 딸을 입양시켰더라면 평생 후회했을 겁니다.”
여름이 지나도 푯대교회의 시름은 끝나지 않는다. 유독 겨울 문턱을 빨리 맞이하는 강원도 산골 마을의 매서운 바람을 감당하기에 현 예배당 건물은 초라하기만 하다. 방한을 위해 패널 이음새를 메워야 하지만 콘크리트 블록만 얹어놓아 한기가 그대로 들이닥친다. 값비싼 유류비를 감당할 수 없어 보일러 대신 전기필름을 바닥에 깔았지만 눅눅하게 습기 찬 예배당 안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빗물이 유입돼 합선되는 바람에 불이 날 뻔한 적도 여러 번이다.
우 목사와 우 전도사의 바람은 소박하다. 힘겹게 씨 뿌린 복음의 사역지가 뿌리 뽑히지 않도록 작은 예배 처소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절기마다 산신제를 드릴 정도로 미신에 빠져있어요. 그 영혼들을 위해서라도 하나님의 제단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 말씀의 푯대가 돼 줘야지요.”
원주=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원주 푯대교회] 예배당 덮친 흙더미… 태풍에 교회 날아갈까 불안
입력 2015-08-25 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