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착 외계인 통해 사회병폐 발칙한 풍자… 인도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입력 2015-08-26 02:49

2011년 국내 개봉된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본 관객들은 웃기면서도 삶의 교훈을 전하는 스토리에 흐뭇한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일류 명문대에 진학한 3명의 공학도가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속 대사인 ‘알 이즈 웰’(All is well·모두 잘 될 것이라는 뜻의 인도 발음)을 유행시키며 46만 관객을 모았다. 개봉 당시 인도에서 8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9월 3일 개봉되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사진·원제 PK는 술 취한 놈이라는 뜻)는 ‘세 얼간이’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세 얼간이’의 연출을 맡았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과 주연 배우였던 아미르 칸이 다시 손을 잡았다. 직설적이고 간결한 메시지에 리듬감 있는 줄거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2시간 넘게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인도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12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역대 인도 영화 흥행 순위를 갈아 치웠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는 벌거벗은 몸으로 배회하다 우주로 돌아가는 리모컨을 도둑맞는다. 리모컨을 찾을 방법을 묻는 그에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신이 아니라며 신에게 답을 구하라는 조언만을 남긴다.

피케이는 전지전능한 신을 찾아 나서지만 리모컨을 찾기는 어렵다. 좌절하는 피케이의 사연을 알게 된 방송국 리포터 자구(아누쉬카 샤르마)는 그의 귀환을 돕기로 한다. 영화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리모컨을 찾아 나선 순수한 외계인의 시각으로 인도에 만연한 사이비 종교와 신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 제도적인 병폐 등을 발칙하게 풍자한다. 인도에서 금기시되는 종교이야기를 외계인을 통해 비판하는 감독의 유쾌한 반란이 재미있다. 경쾌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발리우드 특유의 유머감각이 익살스럽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