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통적인 피서 방법의 하나로 공포영화롤 보았다. ‘차일드 44’. 얼핏 공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2008년에 발표된 톰 로브 스미스의 원작소설은 참으로 무서웠다. 그러나 대니얼 에스피노사라는 낯선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완전히 실망이었다.
이 작품은 소련에서 실제로 일어난 아동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그 사건이 일어났던 1950년대 스탈린 치하의 공산주의 소련 사회다.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잡아가는 비밀경찰이 판치고, 어느 날 갑자기 내 남편이, 아내가 스파이로 몰려 처형되거나 오지로 유형(流刑)당하는 사회. 아이들이 수십명씩 죽는 연쇄살인이 일어나도 “(사회주의) 낙원에 살인은 있을 수 없다”는 독재자의 일갈에 살인 사건이 사고사로 처리되고 아예 없던 일로 덮이는 사회.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이 주는 공포의 본질이다. 그러나 영화는 연쇄살인 사건 추적이라는 스릴러와 참혹한 압제사회 묘사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어느 것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채 끝난다.
하긴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공포영화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게 공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들이다.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샤이닝’(1980) 정도를 제외하면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대체로 태작(馱作)이거나 범작(凡作)이다. 원작 못지않은 공포영화가 보고 싶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34) 공포영화를 찾아서
입력 2015-08-25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