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접경지역 르포] 대피 주민도 귀가 주민도 길어지는 회담에 “답답”

입력 2015-08-24 03:12
남북 고위급 회담이 이틀째 계속된 23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대피소에서 밤을 보낸 일부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사격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전날에 이어 23일 오후 재개되자 접경지역 주민들은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민들은 남북 대화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회담 결렬로 또다시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까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일부 지역의 학교들은 개학일을 연기했다.

지난 22일 내려진 주민 대피령에 따라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운 경기도 연천(178명)·파주(128명)·김포(92명)의 접경지역 주민들은 23일 오전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다. 다만 북한군의 포탄 2발이 떨어진 연천군 중면 대피소에만 삼곶리, 횡산리 주민 일부가 남아 남북 고위급 회담 2차 접촉 결과를 애타게 기다렸다.

횡산리 은금홍(68) 이장은 “식사, 잠자리 등 모든 것이 불편하지만 정부의 지시에 따라 주민 15명이 이틀째 대피소를 지키고 있다”며 “어렵게 이뤄진 남북 접촉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이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에는 꽃게잡이 조업이 사흘째 전면 중단되고 군인들의 휴가가 금지되는 등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평도 어민들은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길어져 가을철 꽃게 출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연평도 어촌계에 따르면 어민들은 지난 15일부터 연평도 해역에 꽃게잡이용 통발을 설치하고 꽃게를 잡아왔으나 21일부터 조업이 통제돼 통발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연평해양경비안전센터 신만식 팀장은 “남북이 조속히 합의를 이뤄 꽃게가 본격 출하되는 9월부터는 어민들이 생업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항에서 출항한 여객선을 타고 110명의 관광객이 연평도에 들어오는 등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인천과 서해 섬을 잇는 여객선은 11개 항로 모두 정상 운항되고 있다. 백령·대청·소청도행 여객선은 남쪽으로 조정된 우회 안전 항로로 운항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연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군내초등학교는 개학일을 당초 24일에서 25일로 하루 연기했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대성동초등학교도 24일에서 26일로 개학을 이틀 미루기로 했다.

강원도 고성 지역 주민들은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가 계속 나오지 않자 답답함을 호소했다. 고성군 명파리 주민 이종복(60)씨는 “200여명이 넘는 주민들과 함께 대진고 체육관에 밤새 머물며 회담 결과를 기다렸는데 계속 미뤄져 답답하다”면서 “이번 사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 금강산 육로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재개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양구·인제·철원군은 주민 대피명령을 22일 오후 7시30분과 8시에, 고성군은 23일 오전 7시를 기해 각각 해제했다. 하지만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와 산양1∼3리, 신읍1리 등 5개 마을 주민 200명은 이날 오후 5시 토고미 자연학교 등 3곳의 숙소에 다시 모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또 화천군 산양초등학교는 24일 휴업을 결정했다.

한편 경기도 김포시 한 주민자치센터가 구래동 호수공원에서 22일 오후 10시 불꽃놀이 축제를 강행하자 경찰서에는 폭죽 소리를 북한의 폭격으로 오인한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이곳은 군사분계선과 불과 10㎞ 남짓 떨어진 곳이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연천·옹진·고성=김연균 정창교 서승진 기자

y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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