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미소 띠며 시작한 회동… 수차례 정회 반복하며 난항

입력 2015-08-24 03:18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단이 22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내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통일부 제공

남북 고위급 접촉은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살얼음판’ 상황에서 진행됐다. 양측은 회동 전 서로를 미소로 맞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은 수차례 정회가 반복될 정도로 난항 속에 진행됐다. 양측은 회동 도중 협상 내용을 각각 서울과 평양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가며 이틀에 걸쳐 손에 땀을 쥐는 협상을 이어갔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3일 오후 3시30분쯤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로비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담당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을 다시 마중했다.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9시간45분간의 1차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정회된 지 11시간여 만이다.

남북 대표단은 곧바로 회동장으로 이동해 전날 회담에서 서로 제기한 입장과 제안에 대한 접점 찾기에 몰입했다. 회담장에서는 김 실장이 황 총정치국장을, 홍 장관은 김 비서를 각각 마주해 앉았다. 회담장 안쪽 자리에 북측 대표단이 자리했다.

접촉이 이뤄지는 동안 청와대도 긴장 속에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청와대는 직원들에게 철저한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접촉 결과가 향후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재개된 고위급 접촉이 다시 예상보다 길어지자 협상 분위기에 대한 갖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며 관련 사항을 실시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 등 외교안보라인도 진행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부터 철야 근무를 했다. 새벽 정회 결정 후 귀가했던 일부 직원도 오전 청와대로 복귀해 북측 제안을 분석하고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협상 관련 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장관은 24일 예정된 일정도 취소했다.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휴가를 떠났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당초 일정을 나흘가량 앞당겨 한국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회동 역시 긴장의 연속이었다. 엄중한 국면임에도 양측은 미소를 머금고 악수하며 서로를 맞이해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 총정치국장은 김 실장, 홍 장관과 손을 잡고 수초간 인사말을 건넸고 홍 장관도 “반갑다”며 화답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한 차례 접촉해 서로 안면을 익힌 상태였다. 당시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인천시내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담을 가졌고,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면담과정에선 서로 귀엣말을 나눌 정도로 친근감을 보였다.

그러나 비공개 협상은 긴박했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회동 도중 수석대표 자격으로 ‘일 대 일’ 접촉도 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양측 대표단은 회동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 야식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북측 대표단은 두 차례 접촉에서 모두 당초 만나기로 한 시각보다 30분 늦게 회담장에 도착했다. 북한이 기존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표준시로 채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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