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약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제가 건실하다는 사실을 뒤덮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 증시가 3%대 급락한 것과 관련해 리지워스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앨런 게일이 내놓은 설명이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빠져 201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1일 하루에만 46.5% 급등했다.
외신들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가 곤두박질치게 된 원인으로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원자재가격 급락, 미국 금리 인상 시기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국제 원자재가격은 중국발(發) 수요 감소 우려 때문에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고, 당초 9월이 유력시되던 미국 금리 인상 시점도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원자재 가운데 금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가격이 반등하는 중이다. 지난주 국제 금값은 4.2% 올라 올해 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중국의 수요 감소로 석유·철강·구리 등의 값이 떨어지면 이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 신흥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연초 대비 23% 폭락했다. 러시아 루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도 10% 이상 내렸다.
원자재값 하락에다 위안화 절화로 한국경제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반영하는 한국 BEI(명목국채 수익률과 물가연동채 수익률의 차이) 지수는 7월 0.84% 포인트에서 8월 들어 0.72% 포인트로 하락했다. 또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4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디플레 우려에서 벗어나는 듯하다가 다시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북(對北)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지난 1주일간 코스피지수는 5.4%, 코스닥지수는 14.3%, 원화 가치는 2% 가까이 떨어졌다. 국가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71.29bp(1bp=0.01% 포인트)로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호재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은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높은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23일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총자산의 30%까지 허용하는 규정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위태로운 중국 증시를 연기금으로 떠받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을 증시에 참여시킴으로써 요동치는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中 경제 ‘흔들’… 지구촌 ‘휘청’
입력 2015-08-24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