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北 잠수함 50여척 기지 이탈… 우리 軍, 추적 작전 전개

입력 2015-08-24 03:26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5월 31일 기록영화 ‘백두산 훈련 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를 통해 기지에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 군 당국은 23일 “북한군 잠수함 전력의 70%인 50여척이 동·서해의 기지를 이탈해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틀째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된 23일에도 양측 군은 서로 최고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채 일촉즉발의 대치를 지속했다. 우리 군은 대북 심리전을 지속하며 언제든지 대응타격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했다. 북한군 역시 평소보다 10배 이상 잠수함 활동을 늘리고 포병병력을 다시 증강하는 등 경계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23일에도 중단되지 않았다. 지난 4일 발생한 북한군 지뢰 도발에 대한 보복조치로 시작된 것인 만큼 남북 협상이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는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은 북한이 확성기를 직접 타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대응 준비도 완료했다. 전 전선에 배치된 아서-K 등 대포병 레이더 가동시간을 늘리고, K-55 및 K-9 자주포 등 원점 타격이 가능한 화력을 전진배치했다.

아울러 군은 북한군이 서부전선 이외 지역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도발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포함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해군 군함을 증강배치해 경계태세를 강화했고, 정찰기 정찰 횟수도 늘렸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며 “추가 도발 시 현장 지휘관을 중심으로 신속·정확·충분하게 대응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역시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은 22일 오전부터 북한군 동·서해 잠수함기지에서 50여척의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은 기지 이탈률이다. 북한군 잠수함의 움직임은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도발 징후를 판단할 때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잠수함은 위치가 정확히 식별되지 않아 도발 시 원점 파악이 어렵고 대응타격도 쉽지 않다.

군 당국은 이를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 북한 잠수함을 찾기 위해 ‘링스’를 탑재한 한국형 구축함과 P3-C 해상초계기를 동·서해로 추가 전개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정)은 로미오급(1천800t), 상어급(325t), 연어급(130t) 등 77척으로 기뢰부설과 수상함 공격, 특수전부대 침투 지원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북한군은 또 최전방 지역에 사격 태세를 갖춘 포병 전력을 전날 고위급 접촉 이전보다 배 이상 늘렸다. 군 관계자는 “사격 태세를 갖췄다는 것은 갱도 밖으로 나와 있어 명령만 내리면 즉각 사격이 가능한 상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한군 포병부대의 갱도 밖 사격훈련도 계속됐다.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지난 21일 전방 지역에 내린 ‘준전시상태’ 명령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 같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보다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한 북한의 전략적 압박 혹은 회담 결렬을 대비한 추가도발의 사전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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