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성장 모델 끝나간다”… FT 등 외신에 잇단 기고문

입력 2015-08-24 02:02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증시 연쇄 추락 등은 기존의 중국식 모델이 한계에 달한 징후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연구원은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증시 추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참혹한 톈진 폭발사고 등 이달 들어 중국에서 일어난 일들은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입안한 중국의 정치·경제 모델이 끝나가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덩샤오핑 이후 최대의 ‘(체제) 전환의 위기(crisis of transition)’를 겪고 있는데, 여러 가지 징후로 볼 때 그 과정이 성공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매그너스 연구원은 강조했다.

현실성 없는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면서 공산당의 우위와 권위 재확립, 금융자유화와 경제 재균형(rebalancing·투자와 수출 비중 줄이고 소비를 높이는 경제구조 개선 조치)을 추진하는 게 복잡하고 상충되는 목표라는 것이다.

덩샤오핑이 불을 붙인 고속 성장 모델은 2000년대 들어 갈수록 문제점이 드러났다. 공산당은 부패에 빠졌고 사회·환경·산업 안전 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 경제는 과잉생산과 높은 부채, 효율이 떨어지는 투자에 기반해 성장했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선택한 것은 1인 권력의 강화 등 과거로의 회귀였다. 시 주석의 개혁 조치는 중국의 심각한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중앙정부 권력 강화로 경제에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 비정부기구와 시민사회의 성장 등 중요한 개혁 목표들은 뒷걸음질쳤다.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개혁에는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며, 부패 척결 캠페인은 관료들의 적극성과 성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함께 초래하고 있다고 매그너스 연구원은 지적했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도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새로운 두 개의 중국 문제’에서 지속적인 고도성장과 밝은 미래로 상징되는 ‘강력한 중국’의 이미지는 벽에 부닥쳤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지도부가 ‘민족주의적 모험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카를로 코타렐리 집행이사는 “중국이 지난 몇 년 매우 확장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경제의 최근 동요는 필요한 조정이며 위기로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올해 경제가 6.8% 성장할 것이라는 IMF 전망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것은 전적으로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코타렐리는 “중국 실물경제가 둔화했지만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그로 말미암은 금융시장 충격도 자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