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역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기차에서 내린다. 저마다 집을 향해 갈 때 한 여대생은 쉴 준비를 한다. 기차 안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밀린 수업 과제도 한다.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독일의 밀레니얼 세대인 레오니 뮐러(23)가 월세살이를 포기하고 ‘기차살이’를 선택한 까닭을 소개했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해 고용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경험했다. 이들은 빠듯한 돈벌이에 결혼과 내집 마련 등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뮐러는 “올봄 집주인과 갈등을 벌이다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과감히 세입자의 삶을 정리했다. 대신 국내 각 지역을 오가는 기차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한 달짜리 정기권을 끊었다. 표의 가격은 380달러(약 45만원). 이전에 살던 아파트 월세는 450달러(약 53만원)였다.
얻은 건 ‘줄어든 월세’만이 아니다. 기차살이를 선택하자 뮐러의 살림살이는 백팩 속의 옷과 노트북, 세면도구로 단출해졌다. 그녀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나서 자유를 즐기고 있다”면서 “곳곳에 있는 친척이나 친구들을 만나기 쉬워졌고, 다양한 도시를 다닐 수 있어 계속 휴가 중인 기분”이라고 말했다.
뮐러의 새로운 주거방식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뮐러는 “세상에는 많은 기회가 있고, 다음 모험은 바로 앞의 길모퉁이를 돌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졸업논문으로 자신과 같은 ‘기차 노마드’(디지털 유목민)에 대한 연구를 다룰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월세 탈출 ‘기차 노마드’의 新주거실험
입력 2015-08-24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