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소양면 송광수만로에 전통 한옥과 현대 전시장이 어우러진 오스아트센터 아원(我園)미술관이 있다. 아원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이란 취지를 담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전해갑 대표가 경남 진주에서 옮겨온 한옥은 드라마 ‘발효가족’(2012) 촬영장으로 사용되다 찻집 및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주변에는 소나무와 차나무 등을 심어 운치를 더했다. 앞에는 태백산맥의 남쪽 끝자락인 종남산이 펼쳐지고 옆에는 호젓한 옥정호가 자리하고 있어 찾는 관람객이 많다.
배우 송강호가 영화 ‘사도’의 대본을 연습하기 위해 최근 이곳에서 열흘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송강호는 대본을 외우는 도중에 그림을 감상하고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고 미술관 측이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권정호(72) 작가의 초대전이 열려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1980년대 초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전수천 강익중 등 작가들과 20년 넘게 활동한 권 작가는 닥종이를 재료로 삼아 화면에 사람 얼굴 형상을 붙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시간의 축적’이다. 한지의 고장에서 전통 닥종이로, 그것도 한옥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여는 전시여서 감회가 남다르다.
그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해골처럼 보인다.
작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양한 인간의 삶의 역사이자 시대적 아픔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2000년대 대구지하철 참사 등의 희생자들을 은유하고 치유하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닥종이 작업은 굵은 삼베처럼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평면회화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설치 등 입체작품과 영상작품으로 확대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미술관 천장의 문을 열면 빛이 들어오고 바닥에는 물이 흘러 작품과 어울리면서 울림을 준다.
작가는 지난해부터 전시를 준비하면서 체중이 6㎏이나 줄어들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그의 작품은 아원미술관과 300m가량 떨어져 있는 오스갤러리에서도 볼 수 있다. 완주군청 안에 있는 어울림커뮤니티, 전북대 내 오스스퀘어 등 4개 전시장에서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 대표작과 최근작을 두루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완주=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한옥 체험도 하고 그림도 감상… 완주 아원미술관 인기
입력 2015-08-24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