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남북 새로운 대화채널 ‘2+2 라인’ 떴다… 안보·사업 담당 책임자 한자리

입력 2015-08-24 02:11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만나는 이른바 ‘2+2’ 접촉은 남북관계 역사에서 사실상 처음 등장한 대화 틀로 평가된다. 양측 안보정책 사령탑과 대북·대남 사업의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명박정부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간 대화 채널, 이른바 ‘통·통 라인’의 복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실장과 홍 장관, 황 총정치국장과 김 비서 등 네 사람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황 총정치국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전격 방남했으며, 김 실장이 인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이들을 맞은 바 있다. 북측에서는 황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외에 김양건 부장 등 이른바 ‘3인방’이, 우리 측에서는 김 실장과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현재 통일부 장관인 홍 장관 또한 청와대 통일비서관 자격으로 배석했다.

당시 북측은 회동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말∼11월초 남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다. 지난해 2월 남북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측 고위급 접촉을 가진 바 있다. 3인방의 방남에 따라 2차 접촉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많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북측이 빌미삼아 무산시킨 것이다.

당시 접촉 성격이 식사를 겸한 ‘환담’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군 권력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정식회담을 갖고 양측 주요 현안을 공식 논의하는 모양새다.

황 총정치국장은 2005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당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후 그의 현지지도에 여러 차례 동행하며 실세임을 과시했다.

2013년 장성택 숙청 당시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경쟁자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누르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바 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제1비서 및 명목상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해 3명뿐이다. 따라서 황 총정치국장은 실질적인 북한 내 권력 서열 2위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각각 대북·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우리 측 통일부 장관과 북측 통일전선부장이 회담 파트너로 만나는 것 또한 이례적이다. 남북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7년까지 21차례 장관급 회담을 열었다. 매번 남측에서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북측에서는 내각책임참사가 단장으로 나섰다. 내각책임참사는 북측에서 당 부부장급, 남측에서는 차관급에 해당한다. 때로는 당 과장급에 해당하는 인사가 내각책임참사에 임명되기도 해 장관급인 통일부 장관에 비해 직급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때문에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6월 남북은 회담 대표의 ‘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회담이 무산된 적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홍 장관의 ‘카운터파트’인 김양건 비서는 북한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수장이다. 대남 외에도 대중국, 대일본 외교까지 관장하는 ‘외교 브레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정상회담 당시 북측에서 유일하게 배석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 부장은 2010년 9월에는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에 임명됐으며 김 제1비서 집권 후에도 대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번 고위급 접촉을 보도하면서 그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 호명해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한 사실이 파악되기도 했다.

북한이 회담 대표의 ‘격’을 두고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당초 북측은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김양건 비서의 상대로 김관진 실장을 지목했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이 김 실장의 상대로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요구하자, 북한은 이의 없이 수락했다. 동시에 김 비서의 상대로서 홍용표 장관을 내보낼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통일부 장관의 상대로 내각책임참사를 고집하던 북한이 한발 물러선 셈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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