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던 남북 양측이 벼랑 끝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일단 최악의 국면은 피하게 됐다. 북측 제의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성사됨에 따라 대북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던 북의 위협은 일단 ‘말폭탄’으로 끝났다. 남북 고위급 접촉은 목함지뢰 도발(북)→11년 만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남)→포격 도발(북)→대응 포격(남) 등 북의 도발과 남의 응전이 반복되던 ‘준전시상태’를 평화적으로 해소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군사대결의 결과는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을 뿐이다.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있다. 대화는 그 길로 가는 필수 관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측은 정면대결로 치닫던 길목에서 찾은 상생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
우리 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2, 23일 이틀 연속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접촉을 가졌다. 밤을 새워가며 어제 새벽까지 10시간 가까이 계속된 마라톤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양측이 곧바로 2차 접촉을 갖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북한이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북한군은 최전방 부대에 증강 배치한 화기를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즉각 타격할 태세를 마쳤다고 한다. 병력 또한 완전군장으로 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전방부대에 발령한 ‘전시상태’ 명령도 변동이 없다. 잠수함 전력까지 대거 가동했다. 북한군이 언제든지 다시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의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에 한 치의 빈틈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 한·미 양국이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한 것은 자위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도발에는 그 이상의 보복이 따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더 이상 북한이 불장난을 치지 못한다.
도발을 자행한 북한이 먼저 대화를 제의한 속내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이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화 카드를 꺼냈다는 게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측에 입힌 피해보다 우리 측 보복으로 자신들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북한 위협에 굴복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단호하게 대처했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북한의 도발은 본전을 찾기는커녕 대북 확성기 방송이 체제 유지에 불안감을 느낀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만 새삼 입증시킨 부메랑이 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 정권은 군사도발로는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대화밖에 없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 남북관계 개선에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5·24조치 해제 등 북한이 바라는 바에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
[사설] 남북 간 대화 모멘텀은 이어져야 한다
입력 2015-08-2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