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장벽’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정확한 축성연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으로부터 최소 2200년 전에 지어진 것은 틀림없다. 총 2700㎞에 달하는 만리장성은 흉노족 등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만리장성 축조 이후에도 중국에서는 북방민족들이 침입해 5호16국 시대나 원(元)·청(淸) 왕조 등 이민족 출신이 중국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장벽은 베를린 장벽이다. 길이 155㎞에 높이 3.6m의 베를린 장벽은 ‘차단’을 위한 장벽이었다. 1945년 독일의 2차대전 패전 후 베를린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에 분할 통치됐는데 이후 소련이 맡던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가는 주민이 많아지자 1961년 동독 정부가 콘크리트 담장을 세운 것이다. 장벽을 넘다 숨진 사람만 최소 136명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한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 장벽은 1989년 11월 동·서독 간 자유왕래가 허용되면서 2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만리장성과 베를린 장벽 모두 결국 ‘방어’와 ‘차단’에 실패하고 개방과 소통의 흐름 앞에 역사적 유산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장벽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있는 장벽들이다. 약 3200㎞에 달하는 국경선의 3분의 1 길이에 울타리와 장벽이 빼곡히 펼쳐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국경인 이곳에 미국 정부는 2007년부터 불법 이민자를 막는다며 경계를 강화해 왔다. 이밖에 이스라엘이 설치해온 장벽과 북아프리카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스페인 세우타섬 철제장벽,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의 400여㎞에 이르는 장벽 등도 오늘날 존재하는 장벽으로 거론된다.
이종선 기자
[월드 이슈] 불법 이민자 막아라!… 美·멕시코 국경 3분의 1 둘러싸
입력 2015-09-01 02:34